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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1,2> 바르가스 요사

by iamlitmus 2007. 3. 26.
은근한 불로 끓여야 제맛이 나는 한국음식과도, 화라락 타오르는 불길속에서 튀겨지는 중국음식과도, 날로 회를 쳐서 만드는 일본음식과도 다른, 남미음식의 특징은 풍부하면서도 화끈한 양념과 곁들여지는 그들만의 여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운나라다운 남미 특유의 활기와 함께 빛을 발하는 유머러스함을 몽땅 슬어담은 종합선물같은 작품이다.

18세의 청년인 주인공은 지금은 비록 지역라디오 방송국에서 짜깁기 뉴스나 내보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파리의 다락방에서 명작을 쓰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는 청년이다. 그는 주위의 느슨한 인생들을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들과 그닥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커다란 인생의 전환점이 된 두 인물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볼리비아에서 온 훌리아 아주머니, 다른 한명은 라디오 방송국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입된 카마초씨다.

훌리아 아주머니는 32세의 이혼녀로 주인공의 어머니와 절친한 사이였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무모하리만치 저돌적인 결혼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다. 이 사건을 위해 벌어지는 웃지못할 에피소드와 함께 카마초의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단막극들이 교대로 이어지며 진행된다.

쉴새없이 쏟아붓는 소나기처럼, 아라비안나이트 뺨치는 사건들이 숨가쁘게 일어나면서도 결코 위트를 빠뜨리지 않는 작가의 역량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독특한 설정과 묘사, 종내에는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고 소란을 떠는 와중에도 어이없는 상황을 펼쳐놓는 최고의 상상력 또한 일품이다. 말하자면 '안녕!프란체스카'류에 속한다. 2권이 절대 지루하지 않았던 작품.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