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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고래> 천명관

by iamlitmus 2007. 3. 26.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의 첫 장에 찍혀있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그가 결코 범상치 않은 사고를 갖고 있는 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머리를 빡빡 민데다가, 눈빛이 어찌나 형형한지..) 능수능란한 변사가 읊어대듯, 일사천리로 이어져나가는 이야기는 꽤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어물쩡 넘어가려 하거나 늘어지지 않는다. 준대하소설이라해도 좋을 만큼 시공간적 스케일이 방대하고, 토지 못지 않은 다양하고도 개성있는 인물들로 말미암아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만큼 숨가뿐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엮어가는 한 여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믿기어렵지만 있을수도 있겠다 싶은 '고래'이야기는 후반부로 갈 수록 환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마구잡이로 튕겨 나감을 느낄 수 있다.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 상황에 다다른 또 다른 주인공인 춘희의 비극적 결말은 가슴 한쪽을 뻐근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동시에 갈피를 잡을수 없는 심란함을 안겨준다. 오랜만에 제대로 읽었다 싶게 만든 작품이며, 여전히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늙은 삵쾡이의 '연금술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