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이토록 많은 기침과 콧물이 나온 적이 없었다. 매일 저녁 홍삼 2팩과 수없이 많은 알약을 삼켜 지켜왔던 건강이 허무해져버렸다. 혹시나 싶어 코로나 진단 키트 테스트를 해보니 다행스럽게도 음성이 나왔다.
금요일 아침부터 전조 증세가 보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술자리를 가졌다. 술이 술을 불러 간신히 집에 기어들어왔다. 항상 의문이 드는 점이지만 왜 난 술을 자제하지 못할까. 주사가 딱. 한잔만 더.인것이다. 다음 날 기억을 더듬어 실수한 것이 없다 결론지은 순간부터 마음껏 아프기 시작했다. 당연히 목은 쉬고, 간헐적 기침은 온몸을 뒤흔들었다. 판피린을 수도 없이 마시고, 엄마가 예전에 처방받은 감기약도 함께 들이부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엄마는 비둘기처럼 종종거리며 생강차를 끓여주고, 과일을 날라주고, 끼니 때마다 밥을 챙겨줬다. 아빠는 거실에 앉아 TV를 보며 왜 병원에 안가냐고 말을 거든다. 쉴새없이 방문을 열어제끼고 말을 걸어대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월요일, 출근준비를 하는 내내 밥 먹고 가라, 목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생강차 끓여 줄테니 갖고 가라, 양말을 긴 걸로 신어라, 약을 꼭 챙겨 먹어라. 종내는 엄마한테 그만 좀 말하라고 소리를 질렀겠지.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것이 제일 마음이 편하다.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마스크를 쓴 채로 잔기침을 하는 내게 '감기 걸리셨어요?' 정도의 안부말만 있다. 이 와중에 담주에 또 술 약속이 잡혔다. 힘차게 오케이 이모티콘을 보냈다. 미대오빠는 주말 내내 연락을 하지 않은 내게 이기적인 년이라는 답문자를 보내왔다. 내가 낫기까지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을 인간인 것이. 오늘부터 홍상 3팩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