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시도끝에 드디어 우붓에 입성하다. 사누르에서 바이크를 타고 왔다고 하니, 깜짝 놀란다. 마음에 드는 가방을 사려고 집어들었는데, 역시나 엄청난 가격이다. 오늘 한국으로 가기 때문에 돈이 없다. 달러도 없다. 카드밖에 없다. 그러니 깎아줘야 한다. 하며 절반가격을 부르니까 대번에안된다고 도리질친다. 모든 제품이 수제품이라 가격대가 꽤 되는 가게였다. 점원이 메고 있는 가방을 구입했는데, 18000원정도에서 7천원 정도로 깎았다. 사진을 찍자고 하니, 활짝 웃어준다. 발리사람들은 정말 잘웃는다.
네가 안깎아주면 나 공항까지 걸어가야 한다. 딱 택시비밖에 없다.하며 모든 잔돈을 긁어내자 어이없다는듯이 웃는다. 너 정말 재밌어.라면서 알았다고 깍아준다. 유머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우붓시장에 가니, 좁은 길목에 외국인들이 바글거린다. 모든 물건이 비싸다. 어제 산 가방은 4배 가격을 부른다.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슈퍼가격의 2배가격에 발리커피를 판다. 그래도 없어서 못파는 것 같다. 우붓은 꾸따 같은 번잡함은 없는대신 가격대는 무시무시하다. 조그만 가게들이 많아 눈요기는 좋지만, 가격대는 서울 명동에 못지않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이젠 동서남북 분간만 하면 대충 아는 길로 통한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바이크와 자전거를 반납하고 마지막으로 사누르 해변가를 산책했다. 일요일이라 가족단위의 현지인들이 수영을 하거나 카누를 타면서 휴일을 마무리하고 있다.
칼을 팔던 아줌마. 도대체 칼을 왜 사겠느냐고요. 비행기 못타요. 아줌마. 우붓의 한 갤러리. 모든 그림의 주제가 돼지다. 그것도 핑크돼지.
귀국하는 날, 한국은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다. 벌레에 잔뜩 물린 채 서늘한 공기를 접했을 때 춥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하기만 했다. 한국말이 난무하고 한국돈이 통하는 곳에 왔다는 사실이 기뻤다. 4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는데 저항감은 몇 시간만에 사라졌다. 몇 천원의 택시비에도 벌벌 떨었던 내가 만2천원에 달하는 공항버스는 당연한 듯이 타게 된다. 집에 도착하자마다 김치찌개를 끓여먹고, 세탁기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빨래를 한 뒤 먼지가 쌓여있던 방을 청소했다. 여름옷을 집어 넣고, 겨울옷을 꺼내어 정리하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발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