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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슬픈 시간의 기억[김원일]

by iamlitmus 2007. 3. 26.

오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매맞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술만 마시면 폭행을 일삼는 아들, 큰아들의 부도로 말미암아 막내아들 집에 2년째 얹혀사는 노모를 구박하는 며느리, 자식에게 재산을 몽땅 빼앗긴 뒤 폐허같은 변두리 집에 버려진 노부부. 노인박해방지단체에서 말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란 죽을 때까지 재산을 넘겨주지 말것.
이책의 내용또한 자식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소외된 노인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젊은 날의 치욕적인 상처를 외모의 꾸밈으로 상쇄하려다 끝내 자신의 정체성마저 잊어 버리는 '나는 누구인가', 적자 생존의 탐욕과 물욕으로 점철된 추악한 과거를 반성 없는 이기심으로 위장한 '나는 나를 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성결한 여인이 임종의 자복을 통해 죄 많은 세상을 행해 묻는 '나는 두려워요', 왜곡된 역사와 타락한 현실 앞에 소외를 자청한 지식인의 관조적 삶을 그린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로 이어지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주인공들에게도 우리들처럼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들도 사랑을 했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단지 시대적 상황에 따른 그들의 고난기가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뿐, 그들도 우리와 같다는 사실을, 우리도 그들처럼 늙고 병들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이젠 부모님과 같이 늙어가고(?) 있는 나로서는 그전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생각과 번민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정신을 놓아 버리고 병마에 대한 공포로 인해 몸이 오그라들 것만 같지만, 세상이 내민 손을 기꺼이 놓아 버리고 편안한 숨을 내쉬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만 같은 먼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마음의 준비를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