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일족'의 강한 임펙트에 취해 연달아 집어든 그의 작품.
범인이 누구인지 감추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어찌나 등장인물 많은지(게다가 일본 이름은 길기도 하지) 읽는 와중에도 몇 번이고 앞장을 들춰보는 수고를 해야 했다.(더불어, 잠들기전까지 읽는 통에 다음날이면 내용이 가물가물해짐)
이야기는 1947년 보석상 천은당의 직원 10명을 독살하고, 보석을 강탈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츠바키 자작은 무혐의로 풀려난 후 자살하게 되는데, 이후 그의 환영이 곳곳에 나타나고, 그가 연주했던 플루트 곡인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가 그가 살던 저택에 울려퍼지게 되면서 살인범에 대한 의혹과 공포는 점점 커져만 간다.
결말에 다다르기까지 모든 등장인물들이 의심되도록 플롯을 짜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이 모든 사건이 시대적 분위기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위험한 전제 또한 대담하다. 붉은 물감이 물속에서 일순간 퍼지듯, 한꺼번에 밝혀지는 전말 또한 속도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