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엔 수북히 담긴 밥이 놓여졌다. 건너편의 엄마그릇엔 무생채와 고추장을 버무린 비빔밥이 한창이다. 한숟갈 권하는 엄마의 눈짓에 가볍게 도리질친다. 눈 뜬지 한시간정도는 지나야 제대로 된 생체리듬이 되살아나는 탓에 내 얼굴은 잔뜩 굳어진 채다. 결국 밥그릇에 물을 부은뒤 후루룩 들이마시고 만다. 이렇게라도 먹어두지 않으면 늦은 오후즈음 어질함을 느껴야 한다. 이상하게 학교식당밥은 일주일만 먹으면 물린다. 빵은 씹자마자 소화되어 버리기때문에 먹는 수고로움을 허사로 만든다.
/부침개 데워놨다. 가져가.
/뜨겁잖아. 됐어.
/일부러 너 먹으라고 한거야. 아빠도 안주고.
아빠의 원망스런 눈초리가 떠오른다. 엄마는 아침방송에서 본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듯한데 몸과 마음이 분주한 나로서는 한귀로 흘려 들을뿐이다.
고물TV가 내 방에 들어오면서부터 엄마와의 시간은 더욱더 줄어들었다. 새벽녘, 방문을 열었을때 불도 켜지 않은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계시는 엄마모습은 차라리 처연하기까지 했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무조건 공부하는 줄로만 알고 계시는 엄마는 슬며시 고개만 들이밀어 내 얼굴을 확인하신다. 요즘처럼 학교에서 늦게 오는 때는 아예 먼저 주무실때도 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되면 오늘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가끔씩 엄마와 보낼수 있는 시간이 얼마정도 남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몇년전 엄마는 꿈을 꾸고 나서 심란해 하셨다. 힘겹게 산에 올라가는데 한 스님이 길을 가로막고 말하더랜단다.
/지금은 아냐. 67살이 되면, 그때 와.
엄마는 이번 해에 환갑을 치루셨다. 미신일뿐이라고 치부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꼽아보게 된다. 세고 또 센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심상치 않은 냄새.
/호박죽 했다. 먹어봐라.
설탕 세스푼 넣고, 휘휘 저으면 두둥실 떠오르는 찹쌀 새알심.
/진.짜. 맛있다. 엄마. 얼마나 먹고 싶었길래 한거야?
/누가 해 줄 사람 있냐.
/말하지.
/더먹어.
후루룩..후루룩..
/부침개 데워놨다. 가져가.
/뜨겁잖아. 됐어.
/일부러 너 먹으라고 한거야. 아빠도 안주고.
아빠의 원망스런 눈초리가 떠오른다. 엄마는 아침방송에서 본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듯한데 몸과 마음이 분주한 나로서는 한귀로 흘려 들을뿐이다.
고물TV가 내 방에 들어오면서부터 엄마와의 시간은 더욱더 줄어들었다. 새벽녘, 방문을 열었을때 불도 켜지 않은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계시는 엄마모습은 차라리 처연하기까지 했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무조건 공부하는 줄로만 알고 계시는 엄마는 슬며시 고개만 들이밀어 내 얼굴을 확인하신다. 요즘처럼 학교에서 늦게 오는 때는 아예 먼저 주무실때도 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되면 오늘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가끔씩 엄마와 보낼수 있는 시간이 얼마정도 남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몇년전 엄마는 꿈을 꾸고 나서 심란해 하셨다. 힘겹게 산에 올라가는데 한 스님이 길을 가로막고 말하더랜단다.
/지금은 아냐. 67살이 되면, 그때 와.
엄마는 이번 해에 환갑을 치루셨다. 미신일뿐이라고 치부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꼽아보게 된다. 세고 또 센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심상치 않은 냄새.
/호박죽 했다. 먹어봐라.
설탕 세스푼 넣고, 휘휘 저으면 두둥실 떠오르는 찹쌀 새알심.
/진.짜. 맛있다. 엄마. 얼마나 먹고 싶었길래 한거야?
/누가 해 줄 사람 있냐.
/말하지.
/더먹어.
후루룩..후루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