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종로는 반미집회가 낳은 교통체증으로 인해 어깨를 부딪히지 않으면 지나 다닐수 없는 지경이었다. 약속장소를 향해 뛰듯 걷는 내게 그들의 흥겨운(모두들 웃고, 사진찍고, 덩실댔다.)움직임은 약간 성가시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큰일났어요.지금.
누군가 내 팔을 붙잡았다. 뒤돌아보니 비쩍 마른 몸에 간신히 올려져 있는듯한 우울한 얼굴이 서있었다. 아무 말도 않는 내게 다시 한번 그녀는 말했다.
/당신, 지금 큰일났어요. 아주 안좋아요.
아..당신들이군. 그들의 선정기준이 어떤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을때는 하루 걸러 붙잡혔던 나로서는 척보면 압니다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맞아요. 큰일났어요. 나 늦었다구요.
그들을 다루는 방법은 2가지다. 아예 무시하거나, 아니면 맞짱뜨거나.
엄마가 아시는 분중에 아들이 전도사임에도 불구하고 독실하게 사이비를 믿는 분이 계시다. 철저한 채식과(젓갈과 멸치도 고기라며 드시지 않는다.) 파마는 커녕, 염색할 돈도 아껴 시주하느라 허연 머리에 쪽을 찌르고 승려복을 입고 다니시는데 언뜻 보면 말그대로 도사처럼 보인다. 오래전, 시장가는줄 알고 따라나선 엄마는 그 본당이란 곳에 들어서자마자 기겁해야만 했지만, 아줌마 얼굴도 있고 해서 좀더 두고보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들의 말인즉, 조상신이 편안해야 후세가 길이 빛난다는 흔하디 흔한, 그러나 결코 먹혀들리 없는 이론을 한참이나 늘어놓더니, 종내는 돈을 내라고 하더랜다. 1년에 한두번 가는 절에다가도 천원이상 시주하시는 법이 없는 엄마에게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말이었지만, 어색한 한복을 걸친 이들이 입구를 가로막은채 진정으로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있는 것을 보자 덜컥 겁이 나셨다고 한다. 피같은 만원을 던져놓고 도망치듯 집에 돌아오신 엄마는 밤새도록 그들을 위한 저주를 아끼지 않으셨다.
/도에 대해서 관심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시간이 넉넉할땐 그들의 관심을 꺼려하지 않는터라 오히려 그들이 긴장하기 마련이다. 교육받은 내용을 줄줄이 읊어대는 그들의 지식에는 예상치않은 질문에 대한 순발력과 상대방을 납득시킬수 있는 설득력이 결여되어 있다.
/그건..아닌것 같은데요. 앞뒤가 안맞아요.
/네?
/아까는 이렇다고 해놓고, 지금은 저렇다고 말하는건 모순이잖아요.
이런 식의 대화가 두세번 오가면 상대방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옆에 상급자가 있을 경우엔 신속한 처리가 이루어지지만, 대개 하급단계에 불과한 사람들인지라 금새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재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얼굴에 안좋은 기운이 있습니다.
/아..네..저도 알아요. 요즘 피곤해서요.
/그게 아니라..혹시 조상중에 객사하거나 단명하신분 있으시죠?
/(곰곰히 생각해본다.)없는데요.
/본인은 모르지만 분명히 있어요. 어두운 기운이 보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쪽도 얼굴이 너무 안좋네요.
/네?
/그래도, 그나마 손금은 좋은 편이네요.
사주,관상,손금, 궁합에 관한 책들을 모조리 마스터한데다가 수많은 점집에 드나들었던 경력을 가진 나로서는 왠만한 점쟁이 못지 않은 자질을 갖추고 있는 편이다.라기 보다는 사람을 많이 대하다보면 저절로 몸에 배기 마련인 이런 능력은 알코올이 더해지면 훨씬 더 신빙성이 짙어진다.
/하하..하..역시 범상치 않은 분이시군요.
두손을 뒤로 감춘채 슬글슬금 뒷걸음질치는 그들의 얼굴이야말로 우중충한 기운의 산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종교는 스스로를 되짚어보고 반성할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그럼으로써 좀더 나아질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삶의 도구이지만,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포용력을 긍정하면서도 십일조 내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하며, 업을 쌓지 않도록 선한 맘을 갖고 자기수양을 요구하는 불교의 고독함에 이끌리면서도 절밥은 두 숟가락이상 넘기지 못하는 나야말로 나만의 사이비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큰일났어요.지금.
누군가 내 팔을 붙잡았다. 뒤돌아보니 비쩍 마른 몸에 간신히 올려져 있는듯한 우울한 얼굴이 서있었다. 아무 말도 않는 내게 다시 한번 그녀는 말했다.
/당신, 지금 큰일났어요. 아주 안좋아요.
아..당신들이군. 그들의 선정기준이 어떤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을때는 하루 걸러 붙잡혔던 나로서는 척보면 압니다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맞아요. 큰일났어요. 나 늦었다구요.
그들을 다루는 방법은 2가지다. 아예 무시하거나, 아니면 맞짱뜨거나.
엄마가 아시는 분중에 아들이 전도사임에도 불구하고 독실하게 사이비를 믿는 분이 계시다. 철저한 채식과(젓갈과 멸치도 고기라며 드시지 않는다.) 파마는 커녕, 염색할 돈도 아껴 시주하느라 허연 머리에 쪽을 찌르고 승려복을 입고 다니시는데 언뜻 보면 말그대로 도사처럼 보인다. 오래전, 시장가는줄 알고 따라나선 엄마는 그 본당이란 곳에 들어서자마자 기겁해야만 했지만, 아줌마 얼굴도 있고 해서 좀더 두고보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들의 말인즉, 조상신이 편안해야 후세가 길이 빛난다는 흔하디 흔한, 그러나 결코 먹혀들리 없는 이론을 한참이나 늘어놓더니, 종내는 돈을 내라고 하더랜다. 1년에 한두번 가는 절에다가도 천원이상 시주하시는 법이 없는 엄마에게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말이었지만, 어색한 한복을 걸친 이들이 입구를 가로막은채 진정으로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있는 것을 보자 덜컥 겁이 나셨다고 한다. 피같은 만원을 던져놓고 도망치듯 집에 돌아오신 엄마는 밤새도록 그들을 위한 저주를 아끼지 않으셨다.
/도에 대해서 관심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시간이 넉넉할땐 그들의 관심을 꺼려하지 않는터라 오히려 그들이 긴장하기 마련이다. 교육받은 내용을 줄줄이 읊어대는 그들의 지식에는 예상치않은 질문에 대한 순발력과 상대방을 납득시킬수 있는 설득력이 결여되어 있다.
/그건..아닌것 같은데요. 앞뒤가 안맞아요.
/네?
/아까는 이렇다고 해놓고, 지금은 저렇다고 말하는건 모순이잖아요.
이런 식의 대화가 두세번 오가면 상대방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옆에 상급자가 있을 경우엔 신속한 처리가 이루어지지만, 대개 하급단계에 불과한 사람들인지라 금새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재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얼굴에 안좋은 기운이 있습니다.
/아..네..저도 알아요. 요즘 피곤해서요.
/그게 아니라..혹시 조상중에 객사하거나 단명하신분 있으시죠?
/(곰곰히 생각해본다.)없는데요.
/본인은 모르지만 분명히 있어요. 어두운 기운이 보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쪽도 얼굴이 너무 안좋네요.
/네?
/그래도, 그나마 손금은 좋은 편이네요.
사주,관상,손금, 궁합에 관한 책들을 모조리 마스터한데다가 수많은 점집에 드나들었던 경력을 가진 나로서는 왠만한 점쟁이 못지 않은 자질을 갖추고 있는 편이다.라기 보다는 사람을 많이 대하다보면 저절로 몸에 배기 마련인 이런 능력은 알코올이 더해지면 훨씬 더 신빙성이 짙어진다.
/하하..하..역시 범상치 않은 분이시군요.
두손을 뒤로 감춘채 슬글슬금 뒷걸음질치는 그들의 얼굴이야말로 우중충한 기운의 산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종교는 스스로를 되짚어보고 반성할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그럼으로써 좀더 나아질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삶의 도구이지만,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포용력을 긍정하면서도 십일조 내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하며, 업을 쌓지 않도록 선한 맘을 갖고 자기수양을 요구하는 불교의 고독함에 이끌리면서도 절밥은 두 숟가락이상 넘기지 못하는 나야말로 나만의 사이비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