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이/헌신적인 친구/나이팅게일과 장미/어부와 그의 영혼/유별한 로켓 불꽃
왕녀의 생일/이기적인 거인/젊은 왕/행복한 왕자
성인동화류의 책들은 대부분 공주시리즈나 그림형제의 알려진 작품들을 적당히 각색한 뒤, 내용보다는 포장에 각별히 신경을 써서 마치 새로운 문학종류인 양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엄청나게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두 번 이상 읽기 어려운 판에,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지 아는 공포영화처럼 훌훌 넘기다가 라면받침으로라도 쓰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그러나, 이 책은 오스카 와일드라는 엄청난 달변가이자 시니컬한 작가와 젊은 일러스트레이터의 독창적인 작품, 그리고 깔끔하면서도 유니크한 편집이 어우러진, 말 그대로 소장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옛날에 나쁜 아이가 살았는데, 나중에 착한 아이가 되었다.가 아닌 그래서 그 애는 그렇게 살다가 죽었다.에서 끝나지만, 그래서?라기보다는 맞아. 다 그렇잖아.식이 되버리는 작품에서부터, 가진 것을 모두 주고, 목숨까지 바치지만, 결국 알아주는 이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은 없는 스토리들이지만,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오스카 와일드만의 보석같은 문장들이다.
원색적이고 화려한 탐미주의적인 수식어들은 문장 하나하나가 싯구와 같고,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눈앞에 오색창연한 꽃바다가 펼쳐지듯 선명하게 그려진다. 적당한 반복구성, 다양한 인물들의 성격, 반드시 필요한 부분만 꽉 짜서 뭉쳐놓은 듯한 아름다운 단어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봐도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들은 이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표현들이 존재하는지 깨닫게 된다.
각 작품마다 각기 다른 해석으로 그려진 일러들은 오스카 와일드의 눈부신 문장력에 가려 빛을 발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독립영화같은 느낌이랄까. 새로운 시도가 주는 참신함으로 다가서고 있다.
책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