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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주부퀴즈왕

by iamlitmus 2007. 3. 26.
감독: 유선동 배우: 한석규, 신은경, 공형진 외

주홍글씨를 통해 완벽하게 나락으로 떨어졌었던 한석규가 재기작으로 고른 것은 코믹물, 그것도 가정극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흥행코드가 따뜻함인 것을 고려해볼 때 꽤 안정적인 시도로 보여진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리는(최소한 어른들은) 나라에서 6년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온 조진만에게 커다란 위기가 닥친다. 재테크 한답시고 들었던 계가 깨진 것이다. 장인은 쓰러져 내일이라도 당장 수술해야 하는데, 계주는 수술비를 들고 이민가버렸으니, 당장 3천만원을 구해와야 하는 상황. 이렇게 해서 그는 주부퀴즈쇼에 출연하게 된다.

조진만은 남성주부라는 역할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주변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숨기고, 부끄러워한다. 유치원생 딸 마저도 아이들의 놀림감이 된다. 이런 그가 주부퀴즈쇼에 출연해서 우승을 하자 단박에 화제의 중심이 된다. 이러저러한 갈등이 야기되고, 퀴즈쇼로 인해 금이 갔던 가정은 다시 재화합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석규는 능수능란했다. 결혼 후 더 예뻐진 신은경의 연기력도 녹슬지 않았다. 공형진 등 조연들의 연기도 꽤 괜찮았다. 그런데 뭘까, 이 껄쩍지근함은. 스토리는 안전한 해피앤딩으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관객들은 뭔가 허전한 맘이 든다. 드라마게임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본 느낌이랄까. 약하다. 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