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의 발견

친절한 금자씨

by iamlitmus 2007. 3. 26.
감독: 박찬욱 배우: 이영애, 최민식

베일에 싸여있던 '친절한 금자씨'가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을때, 모든 미디어들은 앞다투어 열광했고, 귀얇은 관객들은 줄줄이 예매버튼을 눌러댔다. 덕분에 이 영화는 순식간에 한국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으나, 영화를 보고 난 소감들은 그리 너그럽지 못하다.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시리즈는 뭔가 있어보이는 마케팅 전략에 성공한듯 보이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별거 아니었구나.라는 평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

물론, 기존의 한국영화에 비해 새끈하게 다듬어진 영상이라던지, 평이하지 않은 스토리, 최고의 배우들을 모아모아서 버무려 놓았으니 보통 이상의 수준은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나치게 기대치를 올려놓은 탓에 실망하는 정도도 클 수 밖에 없었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감독은 금자씨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했고, 그녀의 복수는 너무나도 당연한듯 그려졌기에 최민식이 사시미칼로 난자당하고 도끼로 이마를 까여도 그 어떤 심적 부담감이 없어야만 할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최민식이 진짜 나쁜 놈이라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아이들을 유괴하고 죽여버리는 소재를 선택한 감독은(노인들을 유괴해서 죽였다면 분명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꽤 안전한 기폭제를 골랐다고 보여진다.

물론 중간중간에 드러나는 이영애의 짧지만 깊은 감정선들과 의외성, 일반적이지 않은 상상력을 맘껏 덧칠하면서도 호흡조절에 신경을 쓴 감독의 역량만은 인정한다. 조연들의 연기들 또한 짱짱하게 받쳐주니 금상첨화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힘겨워하는 모습이 분명한 이영애의 약한 아우라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냄새를 풀풀 풍기며 결말이라는 빗장을 걸어버린 감독의 성급함에 관객들은 어리둥절한채로 객석의 환한 조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p.s: 금자씨가 최민식의 아기를 임신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