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고어 버빈스키
출연: 겁나 멋진 조니 뎁. 불쌍하게 나온 주윤발, 주걱턱 키이라 나이틀리, 겉멋든 올랜도 볼룸 외 낙지 아저씨, 눈깔아저씨 등
2편을 볼 당시 전편을 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경고를 무시했다가, 개피를 봤던 나로서는 금번 3편을 대비하는 자세가 엄숙하고도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조니 뎁이 왜 죽었지? 왜 다들 조니 뎁을 구하러 가는거지? 낙지맨의 심장이 어떻게 됐더라? 등의 의문을 갖고 인트로 화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반 이상은 조니 뎁을 보며 감탄하기 위해서니 깊은 감동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우선, 100만불짜리 미소를 흩뿌리던 나의 완소남 주윤발을 그토록 처참한 몰골로 출연하게 하다니, 감독 이하 모든 제작진에게 벼락을 칠 지어다. '와호장룡'에서의 중후함과 '황후화'에서의 찐한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꼬질꼬질한 싱가폴 해적이라는 네임텍을 붙여놓은 뒤 턱주가리 키이라 나이틀리를 탐하다 말뚝에 박혀 죽게 한 어이없는 시나리오에 영원한 저주를 퍼부으리라.
데비 존스의 저승에 끌려간 조니 뎁의 초현실적 클론 장면은 한 화면에 여러명의 조니 뎁을 볼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함과 동시에 순백색의 게무리들이(그 와중에도 간장게장이 떠올랐다.--;) 블랙펄을 이고지고 바다로 향하는 장면도 근사했다. 이 외에도 현세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뒤집는 장면, 소용돌이 치는 바다 한 복판에서 서로 포탄을 쏘아대는 전투장면도 볼 만한 부분이다.
가뜩이나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게 만들었던 장면은 주걱턱 키이라 나이틀리가 싱가폴 해적의 왕이 되어 웃기지도 않게 지휘를 하는 부분(어쨌든, 난 여자를 싫어한다.)과 못생긴 주제에 겉멋만 잔뜩 든 올랜드 볼룸('반지의 제왕'에서도 별로였다.)이 칼싸움을 하며 즉석결혼식을 올리는 부분. 이봐. 너희들이 나오면 진짜 지루해진다구. 그만 좀 하지.싶은 생각까지 들게 하는 밉상커플이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바다를 다스렸던 여신인 칼립소는 봉인이 풀린 다음 왜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일까. 단지, 자신을 가두었던 방법을 알려준 이가 데비 존스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결정적인 순간에 바다를 뒤집는 다던가 또 다른 괴물을 투입할 줄 알았는데, 한무더기의 게무리로 화한 다음 감감무소식이라니. 약하다.
자. 이제 남은 것은 해리포터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