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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강력스포일러]

by iamlitmus 2007. 3. 26.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헬보이, 블레이드2) 배우: 이바나 바쿠에로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 스페인, 만삭인 엄마와 함께 새 아버지 비달 대위의 캠프에 도착한 오필리아는 요정의 도움을 받아 미로의 중심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오필리아는 양도 아닌것이, 소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사람같지도 않은 기묘한 생명체인 판.과 마주한다. 판은 오필리아가 지하세계의 공주이며, 세가지 과제를 풀었을 때 왕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판이 준 돌 세개를 무화과나무 밑에 살고 있는 두꺼비 입에 넣을 것. 그 다음 두꺼비 뱃속에 있는 황금열쇠를 가져올 것. 영화는 오필리아가 경험하는 환타지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고, 게릴라군과 토벌군 사이의 갈등을 그려낸다. 비달 대위는 인간이 드러낼 수 있는 모든 잔인함의 대표격인 인물이다. 토끼사냥꾼 부자를 게릴라군으로 몰아 코가 부러질 때까지 때려서 죽인다던지, (맞을때마다 코가 주저앉으면서 피를 튀기며 얼굴을 뒤덮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게릴라군을 고문할 때 손가락 사이를 찢어놓는다던지, 아내가 죽던말건, 아이만 살려내면 된다고 여긴다던지.(헬보이의 독일장교 캐릭터와 비슷하다.)

다시 오필리아편으로 돌아와서, 두번째 과제는 판이 준 분필로 문을 그린다음, 어떤 방에 들어가서 황금열쇠를 열고 물건을 가져올 것. 단, 아무것도 마셔서도, 먹어서도 안된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기 전까지 도착할 것.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것 같은 기다란 복도를 지나면,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이 있고, 끄트머리에는 눈알을 접시 위에 올려놓은 채 굳어 있는 괴물이 앉아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오싹하고 압권인 부분은 오필리아가 포도를 먹자마다 움직이기 시작한 괴물의 액션. 눈알을 들어 뻥 뚫린 눈에 꽂을줄 알았는데(나중에 알고보니 콧구멍이었다), 양쪽 손바닥에 차례로 넣더니 두 손을 이마 옆에 대고 두리번거린다. 으아악!! 모래시계의 모래는 거의 다 떨어졌지, 문은 닫히지, 괴물은 쫒아오지. 가장 무서웠던 장면이다.

자, 또다시 게릴라전으로 돌아가자. 이런 에피소드의 급전환은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다. 남동생이기도 한 게릴라 대장을 돕던 비달대위의 하녀는 결국 발각이 되고, 잔인한 고문을 당하려는 찰라 비달대위를 칼로 푹푹 찔러댄 뒤 탈출한다. 이때 비달대위 입 속에 칼을 넣고 입을 쫙 찢어버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모자이크 없다. 입 옆으로 거진 10센티가 찢어져서 너덜거리는데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게다가, 직접 거울을 보면서 입을 꿰매는 장면이 연달아 나오는데,(한땀한땀 자세히, 천천히 보여준 뒤, 술을 마시는데 옆으로 다 새어나온다. 아악!!) 이 부분에 이르러서야 이 영화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잔혹동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번째 과제는 태어난 남동생을 희생시키는 것. 오필리아는 자신이 희생하기로 하고, 뒤쫒아온 비달대위에게 총을 맞고 죽게 된다.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과제의 수행이었다며, 그녀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지하세계 왕국의 왕과 왕비의 모습이다. 의문점. 이 영화에 나온 요정들, 괴물, 판, 지하세계의 왕과 왕비는 오필리아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들이 아닐까. 아니면, 진짜 환상의 세계가 존재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