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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1월 6일 금요일 하루

by iamlitmus 2023. 1. 6.

문구사치를 하는 편이다. 아이패드로 회의를 하게 되면서 펜을 사용하는 경우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동안 모아놓은 라미에 갖다바친 돈은 상당하다. 새 다이어리에 맞춰 묵혀놓았던 라미펜을 다시 꺼냈다. 원래는 카트리지에 잉크를 담아 사용했지만 교체할 때마다 사방천지에 잉크가 묻어나는 참사가 벌어지기에 리필용 카트리지를 구매했다. 매일 뜯어내는 일력에 틈나는대로 순간의 생각들을 메모해두었다가 일기를 쓴다. 

 

점심을 먹고 남대문 시장을 둘러본 뒤 만화의 집에 가서 '엠마 10권'을 다 봤다. 영국 귀족이 메이드와 사랑에 빠져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다. 작가가 서양 복식에 관심이 많아 고증 자료로 써도 될 만큼 작화에 진심을 담았다. 잠깐 앉아서 쪽잠을 잤다. 이상하게 이렇게 잠깐 앉아서 눈을 붙이면 단 5분을 자도 개운하다. 만화의 집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설 중 가장 맘에 드는 곳이다. 

 

'방안의 코끼리'
모두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현상

 

건너편에 앉아 있던 K차장이 철수를 했다.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게 된다. 특정 목적을 위해 만난 관계이기에 이후에 계속 연락을 하거나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물론, 결이 맞는 사람인 경우 서로 소개해주기도 하고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도 있기는 하다. K차장은 웃음이 많으면서도 진지한 사람이다. 업무능력은 잘 모르겠다. 

 

이틀째 금주중이다. 매일 저녁 잠들기 전 맥주 한 캔을 마시는 낙이 사라졌다. 양주가 있기는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맛이라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10도 내외의 도수가 가장 적당하다. 퇴근하는 길 5개에 만원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헛헛하고 어색하다. 나 어느새 알콜 중독이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