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올해 최대의 목표는 체중 감량이다. 갱년기로 인해 거의 10킬로가 증가했다. 가장 불편한 점은 맞는 옷이 없다는 점이다. 기어코 살을 빼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큰 옷을 사지는 않는다.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먹는 족족 살로 가기 때문에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것도 스트레스다. 회식이나 모임이 있다 싶으면 여지없이 2킬로 정도 증가한다. 기초 대사량이 떨어지니 아무리 많이 걸어도 아침에 일어나 체중을 재도 거의 변화가 없다.
서점에 갔다. 성장, 나아지는 법, 발전하는..뭘 그렇게 자꾸 하라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아이러니한 시대이다.
사설이 가장 좋은 교본이라는 말에 뉴스앱을 여러 개 설치했다. 그 중 조선일보 사설을 읽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대표적인 매체인데 이렇듯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니. 거기에 달린 댓글 마저도 기가 막히다. 내가 이런 나라에 산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파친코]
2주동안 10권의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얇은 독립서적이지만 출퇴근 때 읽는 것만으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휴대폰과 티비를 멀리해야 한다. 그래도 '글로리'를 완주했다. 어두운 이야기는 피하는 편이지만 각본과 연출이 좋았다. 주연보다는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다.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라도 20분 이상 집중하기가 어렵다. 업무를 볼 때도 마찬가지.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졌다.
지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과거에 여행했던 곳을 찾아보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들여다보면 마치 갔다온 듯한 느낌이 든다. 몇 십년전에 가봤던 외갓집을 로드뷰로 찾아보는 것도 재밌었다. 지금 외갓집에는 외숙모만 살고 계신다. 베키를 타고 갈 수 있을까?
여행 프로그램이나 미드를 보면서도 지도를 찾아본다. 올해는 제주도 당일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도 마일리지가 너무 많이 남아있다. 6월에 프로젝트 철수를 하게되면 치앙마이를 갈까 싶어 지도를 찾아보는데 한참 보다보니 벌써 피곤하다.
3개월만에 병원에 갔다. 호르몬 처방을 받은 이후로 갱년기 증세는 많이 호전되었다. 체중 증가와 만성피로, 우울감은 여전하다. 방광염 증세가 있어 추가로 처방받았다. 병원에 갈 때마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거의 매일 맥주 1캔을 마신다는 말에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절대 마시면 안된다고 한다. 모진 하루를 보낸 내게 주는 유일한 선물인데 그것마저 안된다니 너무 한다 싶다.
신촌에서 미대오빠를 만나기로 했다. 투썸에서 기다리는데 평일 업무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쿠폰할인을 받아 드립백을 샀다. 미리 찜해둔 맛집을 갔는데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대기중이다.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 좁은 공간에 일렬로 앉아 열심히 먹고 있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어깨가 닿을 듯 끼어 앉아 먹고 싶지는 않다. 현대백화점 식당가에서 나는 돌솥밥, 미대오빠는 제주육개장을 주문했다. 뭐든지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미대오빠는 국물없이 걸죽하거나 심심한 음식을 좋아한다. 디저트로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보정당에서 다꾸아즈를 구입했다. 3개만 골랐는데도 만원이 넘는다. 미대오빠는 누구 코에 붙이냐며 6개 셋트를 집어드는데 먹고 남기는 것이 싫어 들은 체도 안했다.
정작 중요한 일은 미뤄둔 채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23년이라는 시간을 새로이 받아놓고 매일 생각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다. 큰 그림을 그려놓고 세부화 시켜야 하는데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시험을 앞두고 책상에 앉았는데 뜬금없이 책상정리를 하거나 라디오를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내일은 금요일이어서 마음이 가볍다. 하지만, 주말에도 할 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