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day's..

7월 3주차 근황일기

by iamlitmus 2023. 7. 20.
“당신의 일상, 인생이 사실은 영화(혹은 드라마)라고 가정해 봅시다.
어떤 장르면 좋겠어요? 지금 원하는 장르가 연출되고 있나요?” 


나의 인생은 어떤 장르일까. 인생극장같은 다큐였다가 시트콤 혹은 뉴스 장르였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명랑 드라마에 가까운 것 같다. 사건사고가 많지만 결국은 유쾌하게 끝맺음을 맺는 단막극. 삶의 주도권이 내게 넘어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백만번의 시행착오와 어리석은 결정들을 뚫고 지금에 다다를 수 있었다. 물론, 지금 처한 상황이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겨운 것도 아니다. 이슈가 있으면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 되고, 안되면 안되는거고. 투덜대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소용 없는 일에 괜한 기운 쓰지 않는 것도 멘탈 관리에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원하는 내 삶의 장르는 '동네 한바퀴'

 

인수인계 해주던 직원이 오늘 철수했다. 1년여간 말 그대로 개고생을 했던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퇴근했어야 했지만 하필 오늘 급박한 업무가 떨어져 회사문을 나서는 날까지 머리카락 휘날리며 일을 해야 했다. 집에 가서도 일의 진행상황을 묻는 그녀에게 '누구세요?'라고 답을 보냈다. 원래는 우리 팀이 하던 일이 아닌데 팀장이 가져온 업무였다. 왜 이걸 우리가 하냐는 그녀의 질문에 못하겠다고 하면 팀 인원이 줄어들 수 있다 했다 한다. 듣자마자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그만두면 죽나?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눈 좀 붙이려고 휴게실에 갔지만 이미 만석이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언제부터 여기 오는걸까. 퇴근 시간때도 땡 하자마자 수십명이 벌떡 일어서는 장관을 매일 목격한다. 정말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하긴 나도 마찬가지지.

 

지금 일하는 곳은 공유오피스인데 커피 및 우유, 차 등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1층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서 마신다. 맛도 그리 차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습관인 것 같다. 얼마전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빈을 갔다가 6천원에 달하는 음료 가격을 보고 내심 놀랐다. 미대오빠와 카페 순례를 하면서 커피 맛을 음미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닌 그냥 앞에 있으니까 가는거겠지.

 

이전 직장은 명동 근처여서인지 젊고 표정이 밝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서울역 지하차도를 통과해야 한다. 이 근처는 노숙자들도 많고 노인들도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외면하게 되고 감정이 어두워진다. 요즘은 일부러 뉴스도 보지 않는다. 무관심만이 답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숨고르기가 필요한 요즘이다. 

 

안그래도 열이 많아 미치겠는데 날씨까지 이 지경이니 죽을 맛이다. 집에 와서 저녁을 만들어 먹는 것도 일이어서 오늘은 미대오빠와 외식을 했다. 편리함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항상 대기줄이 많은 식당이었지만 동네 주민 입장에서는 그럭저럭 정도의 돈가스 가게였다. 역시 돈가스는 최강금 돈까스를 넘어서는 곳은 없는 것인가.

 

종잡을 수 없는 요즘 날씨. 갑자기 밝아진 합정동
미대오빠는 등심을 골랐다. 난 퍽퍽해서 별로다.
내가 고른 안심. 밥이 약간 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