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의 발견

9월28일

by iamlitmus 2007. 3. 26.
학교가는 버스를 탔다. 운전기사가 앞차 기사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차에 못 내린 어린애가 타고 있다는데..혹시 있어?'
전화를 끊고 난 기사는 뒷좌석에 앉아있던 한 여인에게 다시 한번 재차 확인을 했다.
'아줌마..진짜 아이가 안 내린거 맞아요? '

그때, 한 아이가 앞으로 튀어나와 기사에게 매달리듯 질문을 했다.
'아저씨..다리미테서..내리려면..어디서 ..여기서..내려야..하나요..'
어눌한 그 아이의 말투는 언뜻봐도 정상이 아님을 말해주었다.엉거주춤 일어난 여인도 뒤따라서 무슨 말인가를 하는 것 같은데, 운전기사가 신경질을 내기 시작하자 너무나 당황한탓에 더더욱 말을 더듬어댔다.

기사는 차를 세운뒤 그들을 내리게 하고는 황급히 차를 출발시켰다.
뒤이어 버스안의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떠들기 시작한 이야기인즉슨,차에 올라탄 그 여인은 앞차에 아이가 내리지 못했다며 따라가야 한다고 했댄다.
기사는 아이를 잃어 버렸다는 여자가 택시도 타지 않고 20분배차간격인 다음차를 기다려 탔다는 것도 의심스러우며 아마 차비를 내지 않으려고 그런 것 같다고 침을 튀기며 흥분했다.

내옆에 앉아있던 한 아줌마도 신나게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좀 모자라..그 아이도 말하는게 이상하잖아..둘다 모자라..'
장단을 받은 기사는 더더욱 신이나서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를 반복하기 시작하였고, 내가 내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눈부셨다. 아마..그들에게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