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84 백수의 특권 어제는 비도 오고 해서 술을 마시고 싶었다. (비가 안와도 마시고 싶지만, 맥주나 와인은 술이라고 하기에는..) 매화수 1병을 비우고 나니 뭔가 취기가 부족했다. 소주 2잔을 더하고 나니 잠들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다. 요즘은 잠들때마다 '동물농장' 오디오북(밀리의 서재)을 듣고 있는데, 너무 잠이 잘와서 스토리가 끝이 나지 않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니나 다를까 몸이 천근만근이다. 왜 나는 자제력이 없는걸까. 자책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출근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돌.아.눕.는.다. 한숨 더 자고 일어나니 날씨가 개었는지 환하다. 간만에 베키를 타고 나갈까 하다가 창문을 열어보고는 찬바람에 깜짝 놀라 쉽게 포기한다. 방마다 환기 시키고, 라디오를 켜고, 청소기를 돌린다. 고구마.. 2021. 11. 10. 염색약 추천 - 노브랜드 이전 프로젝트때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는 흰머리가 무척 많은 긴머리였다. 마치 브릿지를 한 것처럼 너무나 근사해서 나도 염색을 하지 않고 멋져져야지.하고서는 꾹 참아보려 했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거슬리는 것을 참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미용실에 가는 것은 1년에 한번 히피펌을 할 때뿐이고, 머리를 자르거나 염색은 직접 하고 있는데, 두피가 약한 건지 약이 독한건지 모르겠지만, 염색하고 나서 일주일 정도는 너무나 가려워서 괴롭기 그지없다. 이번에는 그냥 미용실에서 염색을 할까 해서 합정동 근처를 알아보니 뿌염이 최소 25,000원이다. 근처 올리브영에 가서 염색약을 살까 하다가(종류가 너무 많으면 선택을 못하겠다.) 전에 사용했었던 노브랜드 염색약이 가성비 괜찮았었던 기억이 있어 일부러 신촌까지 가서 구입했.. 2021. 11. 10. 나를 안다는 것 난 내가 무척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줄 알았다. 활자중독증으로 엮은 나만의 단어장이 꽤나 두툼해서 아무하고도 매끄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었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천직인 것 같아 몇 개월마다 바뀌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일주일 정도면 1년 넘게 알던 사람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알았다. 난 내가 할말은 다 하고 사는 똑순이인 줄 알았다. 부당한 상황을 절대 참지 못하고 잔다르크처럼 선봉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 행동으로 인해 나비효과처럼 뭔가 좋은 쪽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힘들더라도 너밖에 없다. 역시 너구나.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혼자 .. 2021. 11. 8. 백수의 묘미 비오는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 출근안해도 되는거였지. 하고 다시 돌아누울 수 있다는 점은 꽤 행복함을 안겨준다. 아직까지도 몸에 밴 일개미 모드가 바뀌지 않아 이쯤이면 회의를 하고 있을텐데, 조금 있다가 점심시간이구나. 생각을 한다. 베란다 문을 열면 63빌딩 허리정도가 보이는데, 역시 여의도는 나와 맞지 않았어. 중얼거리며 쥬스와 요거트를 꺼내 시장기를 지웠다. 프로젝트를 할 때 점심시간에는 간단하게 빵이나 김밥을 먹어치운 후, 사무실 근처를 하염없이 돌아다니고는 했다. 팀원들과 같이 먹을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누군가를 신경쓰지 않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예전에 비해 먹는 양이 눈에 띄게 줄었고(반면, 체중은 줄지 않는다. 왜일까) 조금이라도 신경을 튕기게 되면.. 2021. 11. 8. 이전 1 ··· 82 83 84 85 86 87 88 ··· 5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