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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나니아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by iamlitmus 2007. 3. 26.
감독: 앤드류 아담스(슈렉) 배우: 어린애들, 틸다 스윈톤(올란도)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을 떠나보내고, 해리포터에게 실망하고 있던 차에 새로운 환타지 시리즈가 나왔구나 싶었었다. 줄기차게 나오는 예고편을 보면서 약간 이상한 낌새를 느꼈었지만, 설마 이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도대체 '얘들 뭐야~'

옷장을 통해 연결된 나니아는 반인반수, 각종 짐승들, 마녀가 공존하는 환상의 나라였어야 했다. 하얀 마녀의 마법에 걸려 100년동안 겨울이 계속되고, 크리스마스도 없던 차에 아담의 아들,딸들이 나타남으로서 저주가 풀린다는 설정은 그렇다치자. 문제는 주인공들인 4남매의 캐릭터, 호기심많은 막내 루시, 투덜이 에드몬드, 신중한 수잔, 분별력있는 맏이 피터다. 이들이 나니아를 구한다고 하기에는 하는 일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극단적인 선과 악의 구분아래 에드몬드를 죽어도 마땅한 놈으로 만드는가 하면, 이 모든 허물을 뒤집어쓰고 기꺼이 죽음을 맞는 아슬란의 억지스런 희생, 내내 놀다가 활 한번 쏘고, 산타가 준 약물로 몇 명 살려내더니 동,서,남,북을 통치하는 왕이 된다는 설정은 어느 나라 법이더냐.
게다가 하얀 마녀는 걸핏하면 흥분하고 마법을 남발해 말 안듣는 애들을 모조리 돌로 만들어버리더니, 너무 쉽게 죽는다. 유치원생들에게나 통할 이런 Z급 영화를 1억5천만불이나 들여서 만든 저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같은 전투장면도 환장할 지경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본 것은 있어가지고 양쪽에서 우르르 뛰쳐 나가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뜬금없이 표범이 껑충대고, 본드로 붙인 것이 분명한 유니콘의 뿔, 총알받이로 종종걸음치는 난장이족들이 펼치는 난장판이라니. 시나리오도 안 받쳐주지, 특수효과도 후지지, 다른 이는 죽던말던 자기 형제들만 살면 그만인 이기적인 형제애에 이르기까지 완전 짜증 종합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기껏 왕 시켜줬더니, 말타고 사슴사냥이나 다니고 말야. 도대체 맘에 드는 것이 단 한 조각도 없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