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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발리에서 잠깐 살아보기 - 5일째

by iamlitmus 2010. 11. 9.

체크아웃을 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정산서를 보니 픽업비가 추가되어 있어, 이미 공항픽업을 해줬던 택시기사에게 15불을 직접 건냈다고 했지만, 호텔측은 기사에게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삼자대면을 하기 위해 해당 기사가 도착했고, 그는 그 비용이 팁으로 준 것이라고 대꾸했다. 세상의 어느 나라에서 팁을 15불이나 주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기사는 배째라는 식이었다. 그냥 지불할 수도 있었지만, 시침을 떼는 기사가 얄미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으니, 호텔측에서 해결하라고 했다. 한참 후 그가 짜증을 내며 돈을 내놓는 것이 보였다. 나중에 만나면 해꼬지라도 할까 싶어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호텔 직원이 다가와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한다.

 

아파트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젊은 기사였는데, 27살이고,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은 어른이라고 말하니 잘 알아듣지 못한다. 간단한 단어를 생각해낸 것이 업맨. 결혼안한 사람은 다운맨. 그러니 너는 업맨이야.라고 하니 활짝 웃는다.

내일 우붓지역을 가려고 하는데 1일기사를 쓰면 얼마 정도인지 물어보자 자기가 갈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은 8시간 기준으로 45불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60불을 부른다. 대신, 9시까지도 기다려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시 흥정모드로 들어가, 45천원이면 쓰겠다고 하니, 그럼 그렇게 하자고 한다.

 

누사두아에서 사누르 지역까지는 30분정도 걸린 것 같은데 요금이 15000원이나 나왔다. 발리택시의 기본료는 600원이지만, 느낌상으로는 100미터마다 금액이 올라가는 것 같다.  주소를 보여줬을 때는 잘 아는 것처럼 말하더니, 정작 아파트 근처에서 잠시 헤매던 기사는 동네사람에게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차를 멈출 때도 일부러 그늘에 차를 대는 모습을 보여 주어 작은 감동을 주었다.

밤이었으면 못 찾았을 것 같은, 그리 특징적이지 않은 아파트에 간신히 도착하니 도토리같은 여자애와 선해보이는 남자애가 활짝 웃으며 걸어 나온다. 다행히 예약사항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 같아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욕실이 딸린 방2개와 거실, 주방, 한 평정도의 테라스를 사용하는 비용은 하루에 100불정도의 가격이다. 비품체크를 하고, 청소주기와 타올교체시기를 상의한 뒤, 사인을 했다. 그런데, 전화선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인터넷전선이 없어 도토리 여자애가 다시 사무실에서 선을 가져왔지만, 컴퓨터에 연결하는 잭이 맞지가 않았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월요일 오전 중으로 맞는 선을 갖다 주기로 하고,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간단하게 짐정리를 하고, 주변 탐색 차 길을 나서기로 했다. 큰 도로가 아닌 뒷길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5분 정도만 나가면 해변이 보인다고 했는데, 휴양지가 아닌, 작은 어촌 같은 분위기다. 방파제에서 뭔가를 팔고 있는 아줌마에게 다가가 바구니를 들여다보니, 두부 튀긴 것과 춘권 비슷한 것이 담겨있다. 2개에 600원 정도인데. 1개 더 주면 안되냐고 하니 흔쾌히 오케이한다. 큰돈밖에 없는데 거스름돈 있느냐 했더니 곤란한 표정이다. 그럼 400원밖에 없는데, 그래도 팔거냐 물어보니, 또 오케이한다. 확실히 현지인들이 많은 지역에 오니 물가기준이 달라진다. 굴소스 비슷한 것을 뿌려서 먹는데, 약간 느끼하기는 하지만, 꽤 먹을만 하다.

 

아파트 바로 옆에는 꼬치구이를 판다. 닭고기, 돼지고기 2종류이고 10개에 1300원이다. 숯불에 구운 뒤 짭잘하면서도 달달한 소스를 묻혀주는데, 정말 맛있어서 이후로 단골이 되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와 쥬스 등 몇 가지를 사서 기분좋게 마셨다. 예약문제도 해결되었고, 일단, 아파트에 들어오니 짐쌀 걱정이 없어져서 마음이 너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