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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화려한 휴가-방콕1일째

by iamlitmus 2007. 6. 27.
인천 11시 20분 출발. 방콕 2시 20분 도착했습니다. (한국은 4시20분) 원래는 5시간 30분이 걸리는데, 좀 빨리 왔네요. 옆에 앉은 중년남자 2명은 온몸을 비틀어 대며 어찌 그리 괴로워하는지 지켜보고 있는 제가 측은한 맘이 들 정도였습니다. 왜 그리 참을성이 없답니까.

OX(오리엔트타이)항공은 항공업계의 마을버스라고 불리웠지만, 오오. 이제는 기내식도 괜찮아졌고, 맥주도 안준다고 원성을 듣더니 맥주도 팍팍 줍니다. 한국인 승무원도 있고. 서비스 괜찮아졌어요. 역시 살아남기 위한 변화인걸까요. 그래도, 무릎이 앞좌석과 꼭 맞아 떨어져 불편한 점은 그대로예요. 다리를 뻗으면 앞사람 다리랑 부딪히고.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와 전화카드를 구입했습니다. 한국에서 AVIS라는 회사를 통해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임대폰을 빌렸는데, (3일 사용료 만원) 300바트(9천원) 정도면 한국으로 전화거는 시간을 기준으로 40분정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스크래치를 긁어 번호를 등록하니 금새 통화가능하다는 메세지가 뜹니다. 편리한 세상이예요.

공항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 집니다. 간판 날아가고 난리가 났습니다. 공항버스를 탈까 하다가 초행이니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공항에서 타면, 50B가 추가되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지불해야 합니다. (요금은 9천원정도 나옵니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IBIS SIAM HOTEL은 1일 6만원정도의 비지니스 호텔인데, 프로모션가격으로 조식포함 1일 3만1천원정도입니다. 시내에서 약간 위쪽으로 떨어진 위치인데,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택시기사들이 못찾는다는 것이 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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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이 엄청 넓고, 비지니스 호텔치고는 시설이 깔끔합니다. 조식도 꽤 훌륭하게 나오고, BTS역과도 가까운 편(걸어서 15분)이어서 다음에도 또 와볼까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간단하게 짐정리를 한 뒤, 디너크루즈를 타러 갈까 했으나, 만나기로 했던 일행에게 문제가 생겨 카오산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국땅에 가서까지 한국인과 어울리는 것은 좀 그렇지만, 어쨌든 저도 익숙치 않은 부분이 있으니 오늘만 여정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나저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기나긴 설명서를 읽어보니 무선카드를 빌려야 한다는 것 같은데. 프론트에 물어보니, 3일에 3만6천원이랍니다. 미친거 아냐. 제가 하루종일 객실에서 인터넷만 하려고 왔겠습니까? 카오산로드에 가면 1시간에 1200원인데. 카오산로드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하니, 데모때문에 길이 막힌다며 택시가 서지 않습니다. 그곳은 구시가지라 BTS나 MRT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택시 아니면 버스를 타고 가야 합니다. 좋아. 오늘 버스 한번 타보자꾸나. 인간 네비게이션인 제가 어딘들 못가겠습니까.

길가에 있는 가게에서 물어보니 12번 버스를 타라고 합니다. 마침 12번 버스가 왔길래 냉큼 올라섰죠. 에어컨도 없고, 좌석은 심하게 좁아 허리를 뒤틀고 앉아야 하는 가장 싼 버스였습니다. 요금은 6.5바트. 200원정도. 차장이 있어서 우표만한 표를 주고, 잔돈을 거슬러줍니다. 비는 계속 오는데, 아무도 창문을 닫지 않아 버스안으로 비가 들칩니다. 심지어 내리는 문도 열고 달립니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비를 쫄딱 맞고 다닌답니까. 여자나 남자나 애들이나 노인이나 그냥 철철 맞고 다닙니다. 지도를 보면서 대충 위치를 가늠하고 있는데, 차장이 카오산에 도착했다며 알려줍니다. 태국사람들은 언뜻 화난 것처럼 보이지만(뭐. 한국인도 만만치 않죠.) 도움을 청하면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영어가 통하지 않으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데려와서까지 말해줍니다.

해는 져서 어둑어둑하고, 여전히 비는 주룩주룩. 약간 헤메다 카오산 근처의 마사지샵에 들어갔습니다. 1시간 30분에 250바트. 알고보니 예전에 왔었던 곳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리 시원하지 않다는거죠. 뭔가 끙끙대며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어설퍼요.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려서, 일행과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갔지만, 모두 문을 닫아버리는 사태 발생. 미안한 마음에 동대문에 가서 저녁을 샀습니다. 이곳의 김치말이 국수는 정말 맛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메뉴예요.

카오산로드는 흥청망청 분위기입니다. 서양인들과 현지인들이 짝을 이뤄 다니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푸켓에서처럼 게이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팟퐁이라는 환락가에 가면 섹스쇼 등을 화끈하게 볼 수 있다는데, 여자 혼자 가서 보기도 그렇고.(사실, 보고 싶기는 해요. 왜 내가 푸켓에서 안 봤을꼬) 이 지역의 물가는 숙박료만 제외하고는 그리 싼 편이 아닙니다. 그리고, 너무 시끄럽고 산만해서 그냥 호텔로 가기로 했습니다.

택시를 잡고 출발했는데, 기사가 미터기를 안눌러요. 너 왜 그러니? 어쩌고저쩌고 200바트 주면 돼. 그래? 오케이. 잠시후 일행한테 전화가 왔는데, 70B면 가는데 바가지다. 당장 내려라. 그러는겁니다. 그래서 기사한테 그렇게 말하니, 아니다, 내가 다녀봤는데, 그정도 나온다. 그럼 180B만 내라. 하대요. 창밖은 어두컴컴하지, 길에 차도 없지, 일단 호텔로 갔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 직원한테 자초지종을 말하고 난 100바트밖에 못주겠다고 하니, 기사 눈빛이 변합니다. 네가 오케이해서 온건데, 왜 안주느냐. 너 기본요금 거리인데, 거짓말했잖아. 너 미터기 일부러 안켰지? 사실, 3천원 줘버리면 끝이지만, 맘먹고 바가지 씌우려고 한 마인드가 괘씸해서 결국에는 경찰 불러라.까지 갔습니다. 기사는 시간없다. 빨리 돈 내놔라. 싫어. 못줘. 하다 결국 150바트로 낙찰. (나중에 공항까지 가는 택시요금이 200B였습니다. 나쁜놈)  택시를 탈때는 반드시 미터기를 켜는지 안켜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캔을 샀습니다. 1캔에 30B(900원). 일반 식당에서는 80B 받습니다. 매일 저녁 캔맥주를 마시고 11시경 침대에 들어 다음날 일정을 정리한 뒤 책을 읽다 1-2시경 잠이 드는 일정이 시작되는 첫날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