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서 나오면, 바로 수로가 보입니다. 베네치아는 교통편이 배 밖에 없어요. 짐가격까지 받는데 1회 이용권이 6유로. 48시간은 25유로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다 공짜로 탈 수 있다고 하는 겁니다. 물론, 아주 가끔씩 사복경찰이 불심검문을 한다고 하는데, 돈 없다고 버티면 깎아주기도 한대요. 그냥 개인수입으로 쏙.
관광객들 80%는 노인들입니다. 20%는 연인들. 난 확률에 들지도 못하는구나. 젊은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은 흥. 그래, 너희들 언제까지 가나 보자 싶어 별 느낌이 없는데, 노인들이 손을 꼭 잡고, 서로 사진 찍어주고 하는 모습을 보면, 아. 나도 저들처럼 나이들어서도 아껴주면서 살고 싶다.라는 소망이 생깁니다.
베네치아의 골목길은 미로같습니다. 지도 소용 없습니다. 오후에 잠깐 길을 나섰다가, 3시간 넘게 같은 지역을 뺑글뺑글 돌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저만치 리알토다리가 보이는데, 통하는 길을 못 찾는다는 것이 문제지요. 로마의 경우, 기차역 화장실 이용료는 0.6유로, 이곳은 1유로. 세상에. 화장실 쓰는데 1,400원을 내다니.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찾으면 되지만, 못 찾는다니깐요. 우연히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못 갑니다.
산마리오 성당 근처는 구경할 것이 많습니다. 금세공, 가면, 가죽제품, 제과점 등 조그만 상점마다 화려한 볼 거리를 제공합니다. 가격대는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까지 다양합니다. 저도 동전지갑을 하나 샀는데(8유로), 아주 만족스러워요. 흑. 뭐 하나 사면 기분이 너무 좋아집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리도섬과 무라노, 부라노섬을 갈 예정입니다.
무라노섬은 유리공예로 유명한 베네치아의 한 섬입니다. 본섬에서 배를 타고 약 15여분 걸리구요, 선착장에 내리면 유리공예를 보여주는 공장들이 몇 개 위치하고 있습니다. 불에 유리를 녹여 말 등을 만드는데요, 음. 그렇게 갖고 싶지는 않아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각종 유리공예품을 파는 조그만 공방등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무라노시계가 유명하구요, 저는 눈깔사탕만한 유리알이 촘촘히 박혀있는 반지를 구입했습니다. 아. 너무 좋아. 번쩍번쩍거려요.
부라노섬은 무라노섬에서 20여분간 더 들어가는 섬입니다. 원래는 레이스가 유명한 섬이라는데, 그닥 살만한 것은 없구요, 집마다 색깔이 찐하게 들어간 점이 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워낙 인적이 드문 어촌이라서 그런지, 관광객을 불러오기 위해 마을 전체를 크레파스 컬러로 칠해버렸습니다. 예쁩니다.
여행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