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되었다. 현장관리인이 휴가에서 복귀했고 돼지와 면담을 진행했다. 돼지는 여전히 내게 냉랭하고 말을 걸지 않는다. 계획대로라면 화요일에 PM이 2차 면담을 하고 추후 인수인계 일정을 논의해야 하지만 오전에 들은바로는 금요일에 현장관리인과 또 면담을 하기로 했다 한다.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내가 나가야 하는데.
미대오빠가 코로나에 걸렸다. 진단킷트 2번에 이어 병원에 가서 확정을 받았다. 백신을 5차까지 맞았고 일체 외출을 하지 않으며 집에서까지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확진을 맞이한 현실 앞에서 그는 억울해했다. 지난 3월 확진을 받았던 나로서는 내심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쉴새 없이 잔소리를 해댔는데 그나마 타협을 본 것이 의료마스크를 쓰는 것이었다. (200장 주문함)
첫 날은 열이 38도까지 올랐지만 다행히 기침은 나지 않아서 수월하게 넘어가는 중이다. 보건소에서 GPS로 자신을 추적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그는 문 밖을 절대 나서지 않고 하루종일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밤이다. 열대야때문에 거실에서 함께 자는데 엄청나게 코를 고는 그 때문에 몇 시간마다 잠이 깬다. 안그래도 수면 품질이 50% 언저리인데 요즘은 20%도 되지 않는다. 수면앱을 보면 코고는 소리가 고색창연하게 녹음이 되고 있다. 빨리 나아서 자기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퇴근할 때는 그가 좋아하는 옥수수나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들어간다. 입맛이 없다면서도 나보다도 훨씬 많이 먹는 그가 웃기다. 저녁 9시만 되면 자야 하는 그(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남)와는 달리 새벽 1시경에 잠이 드는 나(새벽 6시에 일어남)와 생활루틴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혼자 있다 둘이 있으니 쓰레기도 2배로 나온다. 시원한 사무실에 있으면 전기세 아까워서 에어컨도 제대로 틀지 않고 있을 그가 생각이 나서 약간 미안해진다. 어머니는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힘들다고 하시는 중. 어머니, 아들 곧 집에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