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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쇼는 진행중_4

by iamlitmus 2023. 8. 3.

휴가철이어서 그런지 업무량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돼지는 잠잠하다. 다음주에 꼬꼬마 사원이 휴가인데 돼지랑 둘이서만 일할 생각을 하니 벌써 불편하다. 사무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냉방이 세다. 다른 직원들은 가디건을 입고 일한다. 누군가는 폐지를 줍다 41도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데 불평등의 최고조가 아닌가 싶다. 
 
요즘 보고 있는 미드 굿닥터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 미국은 의료비가 엄청 비싸다는데 툭하면 검사 종합셋트를 진행하고 삑! 소리가 나면 수술실로 옮겨!하고 바로 수술을 때려버리는 것을 보면서 완치의 감동보다는 수술비가 얼마나 나올까부터 궁금해진다. 확실히 천조국이라서 그런지 다양한 질병과 치료의 에피소드가 나와서 흥미롭다. 그나마 계속 보게 되는건 악인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 가끔 빌런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착해지거나 잘리거나 해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D.P2는 스트레스 받을까봐 아예 볼 생각도 안함)
 
일이 재미없어도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이 회사에 들어왔다. 구축 프로젝트인 경우 짧으면 3-4개월, 길면 6-7개월 정도여서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알아보는 것도 귀찮고 난이도도 높아 급여는 적더라도 안정적인 운영 프로젝트를 하다 은퇴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경력 레퍼런스를 쌓거나 성취욕 등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됐다. 그럼 남은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겠네. 생각했는데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 같다. 미대오빠와 은퇴 후 삶에 대해 대화를 해보면 그도 아무 것도 안할거다.라는 말을 한다. 평생 일했는데 자꾸 뭘 해야 한다는 것이 싫다고. (그러면서 하루종일 청소만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빌려와 쫒기듯 읽는 것도 좋고 새로운 맛집도 가고 가지도 않을 여행계획도 세우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수없이 갔었던 고궁도 가고 낯선 동네도 걸어보고. 이 정도면 둘이서 살 수 있겠다.정도여서 가능한 미래다. (거창한 목표를 세워도 둘 다 체력이 안된다.) 이번 생은 나름 선방했다고 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지금 이 곳의 일이 재미없고 돼지때문에 빡치지만 대부분 일은 다 그렇지 않나.하고 퇴근만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최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