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제일 무서운 사람은 엄마였다. 한번 화가 났다 하면 아무도 말릴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천하무적이었다. 엄마는 항상 옳았고, 다른 이들은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녀의 권위에 도전장을 내밀 수 없었다. 그것은 반역이나 다름없었다.
거실에서 TV소리가 들린다. 문짝이 흔들릴 정도로 굉장한 볼륨이다.
/제발, 소리 좀 줄여. 시끄럽잖아.
내 방에서 들리게 하려면 나 또한 소리를 질러야 한다. 약간 조용해진다.
무안함과 함께 미안한 맘이 든 나는 거실로 나가 엄마의 기색을 살핀다.
/왜 그렇게 크게 틀어?
/잘 안들려. 소리가.
베란다로, 세탁장으로 분주한 엄마가 무언가를 묻는다. 난 대답을 하지만, 다시 묻는 소리가 들린다. 한번 더 큰소리로 말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나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참다 못한 내가 엄마에게 불만을 터뜨린다.
/엄마는 왜 한번에 못 알아 듣는거야?
/아니야. 네가 발음이 분명하지 않아서 그래.
TV에서 벨소리가 울리면 거실 전화기를 집어들고, 누군가 현관에서 벨을 누르는 장면이 나오면 인터폰으로 여보세요.여보세요를 목청껏 외치는 엄마를 보면 이젠 헛웃음조차 나지 않는다. 다행히도 아내를 외롭지 않게 하려는지 아빠도 마찬가지 행동을 보여준다.
뉴스를 보거나 드라마를 같이 볼 때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을 한다. 순식간에 범인이 바뀌고 둘도 없는 은인이 때려 죽일 놈으로 급선회하기도 한다. 뒤늦게 합류한 아빠가 뭔지 몰라 물어보면 친절하게도 차근차근 엇짚어주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이젠 겁이 덜컥 날 정도다.
엄마는 약해진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말해 줬으면 좋겠다. 단지, 약간 유해졌을 뿐이고, 내가 결코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천진함을 지켜보게 된 것이라고. 차라리 앞으로도 숨겨진 무언가를 끊임없이 보여줄 엄마에게 기대감을 갖기로 했다. 그때마다 난 엄마에게 달려들 듯 악다구니를 칠지도 모르고, 나를 놀리지 말라며 엄마의 어깨를 마구 흔들어 댈지도 모른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물이 돌지 않도록 눈에 힘을 잔뜩 줄 것.
거실에서 TV소리가 들린다. 문짝이 흔들릴 정도로 굉장한 볼륨이다.
/제발, 소리 좀 줄여. 시끄럽잖아.
내 방에서 들리게 하려면 나 또한 소리를 질러야 한다. 약간 조용해진다.
무안함과 함께 미안한 맘이 든 나는 거실로 나가 엄마의 기색을 살핀다.
/왜 그렇게 크게 틀어?
/잘 안들려. 소리가.
베란다로, 세탁장으로 분주한 엄마가 무언가를 묻는다. 난 대답을 하지만, 다시 묻는 소리가 들린다. 한번 더 큰소리로 말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나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참다 못한 내가 엄마에게 불만을 터뜨린다.
/엄마는 왜 한번에 못 알아 듣는거야?
/아니야. 네가 발음이 분명하지 않아서 그래.
TV에서 벨소리가 울리면 거실 전화기를 집어들고, 누군가 현관에서 벨을 누르는 장면이 나오면 인터폰으로 여보세요.여보세요를 목청껏 외치는 엄마를 보면 이젠 헛웃음조차 나지 않는다. 다행히도 아내를 외롭지 않게 하려는지 아빠도 마찬가지 행동을 보여준다.
뉴스를 보거나 드라마를 같이 볼 때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을 한다. 순식간에 범인이 바뀌고 둘도 없는 은인이 때려 죽일 놈으로 급선회하기도 한다. 뒤늦게 합류한 아빠가 뭔지 몰라 물어보면 친절하게도 차근차근 엇짚어주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이젠 겁이 덜컥 날 정도다.
엄마는 약해진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말해 줬으면 좋겠다. 단지, 약간 유해졌을 뿐이고, 내가 결코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천진함을 지켜보게 된 것이라고. 차라리 앞으로도 숨겨진 무언가를 끊임없이 보여줄 엄마에게 기대감을 갖기로 했다. 그때마다 난 엄마에게 달려들 듯 악다구니를 칠지도 모르고, 나를 놀리지 말라며 엄마의 어깨를 마구 흔들어 댈지도 모른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물이 돌지 않도록 눈에 힘을 잔뜩 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