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존슨 저. 고혜경 역.
'최근 끔찍한 성공을 한 적이 있습니까?'
심리학자 칼 융은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융은 왜 성공을 묻는 긍정적인 질문에서 끔찍하다는 표현을 했을까? 융은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에는 반드시 이 일에 수반되는 부정적인 측면, 즉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림자란 우리가 외면하거나 숨기고 싶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다.
문명화와 집단문화는 사람들에게 특정한 양식에 따라 행동할 것을 요구하며, 여기에서 자아(ego)와 그림자(shadow)로 분리된다. 성인기에 도달할 때쯤엔 자아와 그림자, 즉 옳고 그름의 체계를 명확하게 확립하며 이 사이에서 시소게임을 한다. 종교생활은 이렇듯 분리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전일성(wholeness)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갑자기 180도 돌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자아와 그림자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르지만, 내면에 남는 것은 없다. 화려한 궁정생활에 질린 마리 앙투와네트가 궁전안에 외양간을 짓고, 소젖을 짜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와 유사하다. 그렇지만, 천재 예술가들은 그림자를 투영시킨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것이 순수 천재성이다. 창조적인 사람들의 그림자는 그 곁에 머무르는 이들이 댓가를 치르기도 한다. 창의적인 부모나 성직자, 부유한 부모들의 그림자가 자녀들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무의식안에 방치된 그림자를 다룰 수 없다면 그 댓가를 치뤄야만 한다. 내면의 불균형을 회복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성격의 끔찍한 면을 드러내게 된다. 현대 심리의 가장 무서운 면은 자신의 그림자를 '이웃' 또는 '다른 민족이나 국가'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 결과로 국가간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성인의 초반부는 전문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이 모든 활동은 끊임없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중년에 이르게 되면, 이 그림자의 에너지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변해있다.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에 빠져 이혼을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기도 하는 등 극단적인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충동을 올바르게 다룰 수만 있다면, 새로운 창의력의 원천으로 인도되어 새 삶을 얻을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배우거나, 한두 해 일을 그만 두고 새로운 직업을 위한 준비를 할 수도 있다.
사랑에 빠진 다는 것은 자신의 그림자 중 최고의 부분인 신의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랑하는 이는 모든 숭고함과 신성함의 소유자가 된다. 이 신적인 체험은 두 사람을 위한 시간이 다 소비될 때까지 지속된다. 어느 날 이들이 땅으로 되돌아올 때는 현실적으로 서로를 봐라봐야 한다. 이 때부터 비로소 성숙한 사랑의 가능성이 열린다.
간단히 말하면, 그림자가 있어야 빛이 존재하듯이, 자신의 자아와 그림자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또한, 자신의 그림자를 올바르게 다룰 수 있다면, 보다 나은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들끓는 신경질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화풀이를 하지 말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기 자신만의 의식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