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의 발견

클럽줄루 - 2일차

by iamlitmus 2011. 2. 5.
아침 7시에 기상했습니다. 기적이죠. 첫 스케쥴은 잠을 깨우는 체조. 영화 '안경'에서 해변가에서 하던 그겁니다. 간단하면서도 구석구석 시원해요.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나중에는 제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추듯 하게 됩니다.
8시가 조금 안된 시간. 식당으로 향합니다.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서양인도 있고, 중국인도 있고. 회사연수로 많이 온다고 합니다. 토스트, 불고기, 소세지, 스크램블 에그, 샐러드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진한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나니 갑작스레 졸음이 밀려옵니다. 잠깐 침대에 누워야겠어요. 이 식당은 아침만 제공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문을 닫습니다.
등산전 로비에 들러 구경합니다. 천장이 높고 넓직한 가구배치로 시원스럽습니다. 객실보다 로비가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잠깐 누워 숨을 고른 뒤 등산을 위해 로비로 나갑니다. 몸풀기 운동을 한 뒤 등반 시작. 등산 정말 싫어하는데, 1년에 한번 갈까말까인데, 겁이 납니다. 겨울산이잖아요. 눈도 안녹아서 미끄럽잖아요. 그런데, 처음에는 허파가 목구멍을 치고 올라올 것 처럼 힘들더니, 나중에는 제법 탄력이 붙더라구요. 제일 연장자인데도 불구하고, 선두에 나서 독야청청 진군합니다.
2시간여에 걸쳐 등산이 끝났습니다. 우리 일행말고도 등산객들이 꽤 됩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 전망이 좋다고 하는데, 안개가 많이 껴서 말그대로 한치앞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길이 미끄러워 나무들을 잡고 내려왔는데, 내일 아침 근육통, 아주 기대됩니다.
점심은 호텔 근처 레스토랑 '노을'에서 스파게티를 먹었습니다. 따뜻한 빵과 샐러드, 커피가 함께 나옵니다. 가격대는 13000원정도네요. 버섯이 듬뿍 들어가서 아주 맛있습니다. 분위기도 좋아서 가족단위로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식사가 나오기 전 일행들 사진을 찍습니다. 전 원래 셀카 안찍습니다. 다른 사람 찍는거 좋아해요. 위에서부터 닉네임 황정음, 아래 토끼, 비단님입니다. 잠시 후에는 치료프로그램 시간입니다. 뭘 치료하려고 그러시는지.
치유 프로그램이라는 미명아래, 몇 시간동안 완전히 기분이 상한 채 돌아왔습니다. 맨 처음에는 여러 이미지를 보여주고, 제목과 이미지를 보고 느껴지는 감정을 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산행 후인지라 피곤하기도 하고, 지루하더군요.
그런데, 조명을 켠 뒤, 주최자가 '진심을 말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살짝 기분이 어긋났습니다. 무슨 시험도 아니고, 느낀 그대로 말한 건데, 타인이 그걸 어떻게 안다는 건지 모르겠고, 약간 비난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녀가 전문가도 아니고, 우리가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도 아닌데, 어떤 설명도 없이 시켜놓고서는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내리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 다음에는 종이에 10대-20대-30대 등 과거의 기억을 적고, 그 부분을 설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이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정말 친한 이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제게 어제 처음 만난 이들앞에서 이렇다.저렇다 과거를 적고, 설명까지 하는 이 자리는 불편할 수밖에요. 그래도, 어떻게든 간단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 2명을 뽑아 심리극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부터 완전 감정이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다른 이가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일부러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서 눈물까지 나게 하는 것은 정말 싫더군요. 그런거 있잖아요. 수련회 가서는 어머니는 새벽부터 밥을 짓고, 우리를 위해서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저만치 엄마가 계시는 방향을 향해 '엄마아~'하고 크게 외치면서 울부짖게 만든뒤, 편지 쓰게 하는거요. 

제 불만이 티가 났는지,(물론, 분명히 얼굴에 드러났겠지요.) 이번에는 저보고 심리극을 하자고 하더군요. 당연히 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제게 강요하는 것도 싫었고, 왜 해야 하는지 설득도 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흔들리는 감정을 보이기도 싫었습니다. 그럼 다른 방향으로 해보자고 하면서 의자에 앉으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눈이 뜨거워지면서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억눌렀던 냉소가 온몸을 감싸더군요. '왜요? 뭐하시려구요?' '간단하게 과거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싫은데요.''왜요?' 
왜요.라니요. 제가 왜 해야 한다는 건지, 어떻게 저리 확신을 갖고 있는지 황당해졌습니다. 분위기가 살벌해졌습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잠시 자유시간을 가진 뒤,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해산했습니다.  

방에 돌아와서 룸메이트와 잠깐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녀도 이 프로그램은 뭔가 헛점이 있고 맘에 들지 않았지만, 워낙 제가 강하게 어필했던지라 가만히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하루 이상을 못가는군요. 이놈의 성질머리는.

찜찜한 상태에서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메뉴는 해물볶음밥입니다. 맛 괜찮습니다. 아래 접시는 쿠폰으로 추가주문한 야채롤이랄까. 뭐. 그런겁니다. 매콤해요.
원래 스케쥴대로라면, 저녁을 먹고, 요가-댄스타임-맛사지로 이어져야 했지만, 우연찮게 아까 했던 치료프로그램에 관한 화제가 되면서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왕 하는 김에 각자 의견을 말하는 시간이 되었지요. 저 또한 서운했던 점, 개선했으면 하는 점들을 우다다다 쏟아냈구요, 그래서인지 나중에는 속이 시원하달까. 좋은 감정으로 추스르고 남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 대화로 인해 요가와 댄스타임은 보류, 남은 맛사지는 30분정도짜리인데, 잠들기전 받으러 갈 생각입니다.

호텔 근처 상가3층에 위치한 맛사지샵에 다녀왔습니다. 딱 봐도 중국 아니면 연변의 중년여성입니다. 뭐..그런건 상관없는데, 유니폼이 좀 짧아요. 이상합니다. 중국맛사지는 태국이나 발리 맛사지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세게 하면 좋아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맛사지랄까. 그냥 아프게만 합니다. 이 사람이 어디가 불편한지, 어디를 뚫어줘야 하는지, 그런 개념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허벅지 위에 올라가서 밟아대는데, 그것도 작은 사람이나 가능한거잖아요. 뼈 어긋날까봐 무서웠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멤버들끼리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2시경 잠들었나, 싶었는데, 룸메이트의 코고는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룸이 굉장이 건조하고 추워서 쉽게 잠들기 어려운 환경인데다가 누가 옆에 있으면 절대 못자거든요. 제가. 결국 새벽녘까지 뒤척이고 말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