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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킬러들의 도시

by iamlitmus 2009. 3. 2.

감독: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랄프 파인즈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로부터 한시간 거리의 소도시 브뤼즈가 '킬러들의 도시'로 낙점된 이유는 무엇일까. 중세유럽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브뤼즈는 '동화같은 도시'와 '따분하기 그지 없는 빌어먹을 도시'로 극명하게 표현되고 있다. (사실, 단 한번 유럽을 가본 입장이지만, 그 성당이 그것이고, 가로등에 비친 야경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감동하지만, 종내에는 어느 나라인지도 구분하기 어렵다.) 어쨌든, 브뤼즈는 아름답다. 높은 종탑에서 내려다보이는, 안개에 싸인 브뤼즈는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청부살인을 지시한 해리(랄프 파인즈)는 어린 소년을 죽이는 실수를 한 해리에게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도시를 만끽할 수 있는 선의(?)를 베풀지만, 레이는 코끼리부대같은 관광객 가족도, 담배연기 내뿜는다고 불평하는 캐다다인 연인들도 꼴보기 싫다. 다행히 독립영화를 찍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간만에 사랑에 빠지려는데 이것저것 걸리적거리는 것이 너무 많다. 게다가 어린 소년을 죽인 죄로 연옥에 떨어져 살가죽이 벗겨지는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은 항상 그를 따라다닌다. 이를 바라보는 켄은 젊은 해리에게 이제와는 다른 인생을 살게 해주고픈 연민이 있다.

고즈넉한 브뤼즈에서 3명의 킬러들은 평행선을 긋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하며 땅.땅.땅. 총질을 해댄다. 기관총이 아닌, 권총으로 땅.땅.땅.
킬러는 언제나 냉정하고 무표정이어야 한다는 룰을 깨뜨리고, 죽음을 향해 쫒고 쫒기는 그들의 이면들은 살인 그 자체에 촛점을 두지 않고, 그들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 매순간마다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세 배우들의 연기는 숨막힐 정도로 무게감이 실려있으며, 아름답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