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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by iamlitmus 2007. 3. 26.
7년만의 작품인 동시에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떠들석한 광고문구와 함께 돌아온 하루키는 15세 소년의 눈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15세 소년을 주인공으로 정한 이유는 이 시기야말로 아이의 종점이며 어른의 시발점(몸은 어른, 마음은 아이인)인 인간의 원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범상치 않은 인생을 진행해가다 종국에는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한사람이 주인공이라 할수 없는 스토리를 통해 복잡하지만 한시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 긴박감으로 인해 상,하로 나뉘어진 장편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의 끔찍한 저주를 피하기위해 터프한 소년이 되고자 한 주인공이 결국엔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설정속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누나를 범하게 되는 사실까지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입구의 돌을 둘러싸고 있는, 뒤틀린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냉혹하기 그지없지만, 결국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갈수 밖에 없다는 현실감각은 잊지 않고 있다.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극도의 공포감을 느낄수 있었던 마지막 부분의 오싹함은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리얼하다. 몽환적이고 현실도피적이던 그간의 작품에 비해 보다 근원적이고 원시적인 정신세계에 눈을 돌린 하루키의 문학적 역량은 어디까지 이를것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