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희극적인 동시에 비극적이다. 때때로 공산주의 체제라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한 중국이지만, 전쟁전후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와 문화개혁이라는 과도기를 거친 그들에게도 찢어지게 가난하고 무지한 시절이 있었다. 이 소설은 그러한 시대를 살았던 한 형제의 이야기이다.
어렸을 적, 이광두와 송강은 부모의 재혼으로 의붓형제가 된다. 솔직함이 지나쳐 뻔뻔한 이광두와 소심하지만, 속정깊은 송강은 서로를 친형제라 다름없다 여기며, 뭉쳐 돌아다닌다. 그들은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과 평생 슬퍼하며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를 보낸 뒤 잠시 떨어져 살게 된다.(1권-저절로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 슬프다.)
거지나 다름없었던 그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는 둘 다 늠름한 청년이 되었고, 이 세상에 피붙이라고는 형제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들 관계를 더욱더 견고하게 만든다. 유난히 돈냄새를 잘 맡았던 이광두는 장애인들만 모아놓은 공장의 공장장이 되어 승승장구하게 되고, 이런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는 송강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다.
그들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마을에서 최고 미인으로 꼽히는 임홍을 형제가 동시에 사랑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광두가 13살때 공중변소에서 몰래 훔쳐본 5개의 엉덩이 중 하나가 임홍이었고, 그 때부터 임홍이 자기 여자라고 떠들고 다니던 그였지만, 불행히도(?) 임홍의 마음은 송강에게 기울게 되어, 결국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이광두를 싫어하는 임홍때문에 형제의 연을 끊어야만 했던 송강이지만, 괴로움의 뒷편에는 달콤한 행복이 있었다.
한편, 이광두는 동네사람들 돈을 끌어다 거창한 의류사업을 시도했으나, 홀라당 말아먹는 바람에 이후 길만 나서면 그들로부터 두들겨맞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우연찮게 폐지사업에 손을 댄 후 순식간에 재벌급으로 부상하게 된 이광두는 일본에서 쓰레기로 사온 헌양복판매 등 돈이 될 만한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 결과, 이제는 마을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버릴 정도의 유명인사가 된다. 이 시기의 송강과 임홍은 실직과 가난을 동시에 겪고 있었지만, 그들의 사랑만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송강이 사기꾼을 따라 장사하러 간 사이, 임홍과 이광두는 불륜의 장작에 불을 지피게 되고, 몇 년 뒤 돌아와 이 사실을 알게된 송강은 아무말없이 기찻길에 자신의 몸을 두동강내며 자살하고 만다. 이광두와 임홍 모두에게 소중했던 송강을 떠나보낸 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시다면 주문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