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을 구워먹고, 와인을 마시고, 과일을 먹고, 가끔씩 팡.팡. 때려줘야 하는 TV앞에 둘러앉아 저애는 어딜 고쳤네, 저애는 누구랑 사귀었다네.식의 국가경쟁력에는 전혀 도움안되는 이야기를 하다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했다는 다이아몬드 필링기를 시술받아보겠다며 줄줄이 세수를 하고 나와 얼굴을 맡기고, 이게 바로 각질이야.라며 보여주는 증거물을 보며 경악한뒤, 공주머리를 만들어준다는 바바리스 셋팅기를 꺼내어 모두들 한번씩 말아보고, 괜찮은데. 귀찮아서 언제 해.하면서도 배배꼬여 잔뜩 부풀어 오른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좋아하다, 어제 사표를 썼다는 후배의 말에 잠시 비장해졌다가, 배추절이고 있는데 지금 어디서 농땡이치고 있느냐는 엄마의 버럭전화에 후배 한명이 일어서고, 나머지 사람들은 엉거주춤 일어섰다가 중국요리 시켜준다는 말에 다시 엉덩이를 붙이고, 짬뽕국물에 소주를 마시다, 최근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헤메고 있는 후배의 한탄을 들어주다가 잠깐 재테크에 관련된 화제로 빠졌다가, 다시 언니는 외롭지 않아?라는 질문을 받고, 아니.라고 대답하고, 이렇게 수다떨고 노는거 재밌지 않아?라는 물음에, 아니.그냥 어쩌다 한번이니까 재밌는거야.라고 비장하게 말했다가 분위기 깨뜨린 뒤, 이제 그만 갈께.하고 나와 찜질방 76도 온도를 방불케 하는 4호선을 타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본의아니게 술취해서 막차타고 가는 설정을 보여주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 왔는데, 저녁메뉴는 청국장이었는지 온 집안에 전형적인 냄새가 꽉꽉 들어차 있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뒤, 숙취해소를 위해 판피린을 마셔준 뒤, 옥장판을 뜨끈하게 켜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생활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