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이라는 엄청난 선인세에도 불구하고, 피튀기는 경쟁끝에 문학동네에서 발간된 하루키의 신작 1Q84.
달이 2개가 되는 1Q84년의 세계는 리틀피플이라는 초현실적인 존재로 말미암아 차원을 달리하는 또하나의 현실이 된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빅브라더를 연상시키는 리틀피플이 의미하는 바는 끝까지 구체화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과 맞서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힘겨운 몸짓만이 남아있을 뿐. '공기번데기'를 통해 순환되는 도터와 마더, 퍼시버와 리시버, 소리를 듣는 자, 리서처 등 주인공들과 대립적인 구도를 이루는 팽팽한 양상은 진실에 다가서기보다는 쉴새없이 순환하다 시간이 되어 속도를 떨어뜨리며 종착역에 다다르는 느낌을 준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불안한 결말을 암시한 채로 끝을 맺는 결말 덕분에 3권을 예약주문해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
기대보다 성긴 흐름과 모호한 플롯에 늘어지는 감도 없지 않지만, 썩어도 준치.라 하지 않았던가. 역시 하루키다운 재밌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