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내게는 이름이 없다' '허삼관 매혈기' '형제' 등 중국 인민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을 그려낸 위화의 산문집이다. 치과의사에서 작가로 전향한 부르조아적 선택으로 알고 있었던 그에 대한 오해와 고단하지만 행복한 작가생활에 대한 그만의 철학을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외과의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피와 죽은 이들과 친숙했던 위화는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유년생활을 보냈던 것은 사실이나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만두와 찐빵에 환장하고, 환자의 차트를 가지고 놀다 혼날까봐 병원 앞 땅에 묻어버리는 어린아이이기도 했다. 이빨장수라 불리웠던 5년간의 이뽑기에 지친 그는 평생 다른 이의 입안만 들여다보며 산다는 삶 자체가 끔찍했고, 놀고 먹는 것 처럼 보였던 문화원에 들어가기 위해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물론, 그에게 작가적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전문학이라는 놀라운 세계를 경험한 덕분에 문학이라는 고행길을 기꺼이 택할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중국에도 불어닥친 인터넷문학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독자들에게 있어 더욱더 다양한 문학적 선택을 할 수 있음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작가들도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고통과 번민을 겪어야만 지상에 있는 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곳에 기고한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보니, 같은 내용이 몇 번씩 반복되기도 하고, 기나긴 진지함에 지루해지기도 하지만, 위화라는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