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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아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by iamlitmus 2023. 8. 8.

휴게실 옆 테이블에서 업무적 불만을 말하는 직원과 상사와의 대화가 들려왔다. 나 또한 돼지와의 관계때문에 신경이 긁히고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해결방식이 어떤지 궁금했지만 결론은 똑같지 않나. 수긍한다면 협의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설득이 필요하고. 이도저도 안된다면 같이 똥밭에 구를 각오를 하던가 아님 나가던가. 만약 매일 봐야만 하는 관계라면 내가 각성하여 독해져야만 한다. 상대가 바뀔 거라는 선택지는 애시당초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쉽지 않다는 점. (나 또한 그 시기는 엄청 힘들었고 지옥같았다.)

 

어릴 때는 '일은 다 똑같다. 안 힘든게 없다. 네가 먼저 다가서고 잘하면 나중에는 알아줄거다. 지금 일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 류의 말을 지겹도록 들었는데 은퇴할 나이가 된 지금은 '그래. 힘들지. 힘들거야. 어떻하니. 쉬운게 없네. 그래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정도로 많이 완화됐다. '내가 이 나이에'라는 말이 입에 붙은지 오래다. 뭔가 하기 싫을 때 모든 것을 커버해주는 마법의 문장인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일을 겪고 참았기에 이젠 누군가의 눈치를 보기 싫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이 욕을 먹는 일이 많은건지) 단,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가능한한 부딪히지 않으면서.

 

날씨가 더우니 저녁에 불을 때워 요리를 하는 것이 싫다. 그렇게 만든 음식이 맛있으면 다행인데, 볶음밥, 라면, 냉면, 파스타, 피자, 써브웨이 등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해서 미대오빠와 퇴근길에 만나 저녁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요즘이다. 어제는 얼큰순두부를 먹었다. 가고 싶었던 식당들이 휴가로 인해 대부분 문을 닫아 선택지가 좁았다. 그래서인지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차 있었고 서빙을 하시는 이모님은 힘들어보였다. 옆 테이블에 혼자 온 여성은 순두부를 한 입 떠먹자마자 소주를 주문했다. 나도 마시고 싶었지만 안그래도 더운데 열이 뻗칠까봐 참았다. 

 

 

블랙컴퍼니(원래는 조폭의 반사회적 기업을 뜻했지만 지금은 불법·편법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노동자한테 비상식적이고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는 악덕 기업을 뜻한다.)에서 2개월간 근무한 경험을 적은 책. 아직도 이런 회사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조직의 변화는 나와 소수 몇몇이 노력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면접때부터 이상한 낌새가 보인다 싶으면 무조건 걸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회사가 계속 굴러가는 것도 미스테리. 하긴, 지금 근무하고 있는 곳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비상식적이고 이해되지 않는 프로세스가 만연한데 다른 조직도 그닥 다르지 않을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