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상태가 좋지않다. 약을 먹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듯 찌부둥하다. 어젯밤 해변가로 산책을 나갔을 때 바다 위 하늘 전체에 천둥이 치는 모습을 봤다.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을씨년스럽고, 세찬 바람이 이곳저곳을 휘몰아치더니 투둑투둑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하늘 주변은 회색빛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가운데 뚫린 파란 하늘에서는 여전히 강한 햇살이 내리 꽂는다. 몸이 안좋으니 얼큰한 음식이 먹고 싶어 라면을 끓였 먹고 나니, 해장을 하고 난 듯 속이 개운해진다. 다시 약을 먹고 잠시동안 누워있다 햇빛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려 바이크를 몰고 나갔다.
어제 미처 보지 못했던 남쪽 골목을 다시 돌아보고, 큰길로 방향을 틀어 KFC가 있는 대로변에 멈춰서서 잠시 고민했다. 입안이 깔깔하고 식욕을 잃은 상태에서 KFC처럼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하나 싶었지만 신호가 바뀌자 동네 슈퍼마켓으로 방향을 틀었다.
걸어 다닐때는 몰랐는데, 대부분의 마켓에서는 주차비를 따로 받는다. 바이크의 경우에는 무조건 130원. 냉장고에 음식을 쟁여두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라 싸다고 무조건 사지 않기로 했다. 몇 번 쇼핑해본 결과, 1차산업인 농수산물은 저렴하지만, 공산품과 글로벌기업제품은 한국과 별차이가 없다. 미니드라이기도 2-3만원 정도니 다른 가전제품은 말할것도 없다. 발리커피는 드립커피도 유명하지만, 단맛나는 믹스커피가 먹고 싶어 아이스커피 분말제품을 골랐다. 혹시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니 낱개포장된 것으로 담았다. 숙소에 와서 테스팅해본결과 ‘커피오렌지’라는 맛은 제주감귤초컬릿 맛이 난다. 내일은 ‘카페모카’맛을 먹어봐야지.
주말이어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사누르는 발리의 다른지역에 비해 무척 한가한 편이지만, 주말은 이곳도 예외인 듯 싶다. 아파트 근처에는 웨스턴바가 있는데, 안쪽에는 당구대도 마련되어 있고 항상 켜져있는 TV에서는 스포츠중계가 한창이다. 보통
밤마다 모기향을 피우는데도 하루 평균 2-3군데는 기본으로 물린다. 따끔한 것은 순간, 점점 부풀어오르면서 미친듯이 간지럽다. 처음 물렸을 때 약을 바르지 않으면 100원짜리 동전만큼 커지는경우도 있다. 파리나 바퀴벌레등은 별로 없지만, 개미만큼은 여러 종족들이 공존하고있다. 특히나 머리에 집게가 달린 개미는 용맹하기 그지없어 사람이 다가가면 뒷발을 짚고 서서 집게를 마구 휘두른다. 담벼락에 수천마리가 우글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해꼬지했다가 한꺼번에 달려드는 악몽이 떠오른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해충용 스프레이를 구입했다.(한 마리가 거실에서 돌아다니길래 뿌려봤지만, 결단코 죽지않는 생명력을 가진 것을 알았다.) 매일밤 모기향을 피워놓지만, 사람눈만 매울 뿐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