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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발리에서 잠깐 살아보기 - 2일째

by iamlitmus 2010. 11. 4.

커튼을 열어 젖히니, 저 멀리 해변가로 짐작되는 하늘 위로 몇 개의 풍선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은 빵, 버터, 소시지 등 철저히 서양식이다. 한국인은 밥! 이라는 공식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후두둑 떨어지는 쌀을 볶은 것이나 닭육수를 넣은 스프는 아직 적응하기 힘들다. 오믈렛이나 삶은 달걀 등은 주문하면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사방이 야외로 오픈된 식당이지만, 여러 개의 팬이 돌아가고 있어서인지 그리 더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리조트내에서 꾸따까지 무료셔틀을 운행하고 있다는 공지사항을 읽고 서둘러 로비로 나갔다.

지도책을 손으로 짚으며, 길을 익히다보니, 대충 이 지역의 구조가 머리에 들어온다. 한참동안 복잡한 골목길을 뚫고 간다 싶더니, 디스커버리몰 건너편 꾸타센터 주차장에 정차했다. 밤에는 수많은 클럽과 인파들이 북적대는 곳이지만,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한산한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셔틀버스가 다시 픽업하는 시간까지는 약 7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그동안 꾸따의 모든 것을 둘러봐야 한다는 생각에 급히 지도를 뒤적거렸다.

꾸따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디스커버리 몰에서 바라본 뷰. 지금은 한산하지만, 저녁이 되면 아주..난리가 난다.
 

우선, 디스커버리 몰에 위치한 블랙캐년이라는 카페에 들렀다. 꾸따 해변을 마주하고 있는 이 카페는 발리에 왔다면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는 핫스팟이다. 가장 많이 팔린다는 메뉴들을 주문해서 각자 품평을 해보는데, 모든 음료에 시럽이 들어 있어서인지 달다는 느낌이 먼저다. 파라솔의 끄트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수증기와 함께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었다. 잠깐 꾸따 해변가에 나가 주위를 둘러보는데, 한국의 서해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발리의 해변들 중 가장 볼품없다는 평을 듣는 이유가 이해가 된다. 파도가 낮아서인지 서핑을 즐기는 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구름하늘과 야자수를 제외하면 서해바다같은 꾸따해변
 

명동을 연상케하는 수많은 상점가를 지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맛사지샵 '라이샤'에 갔다. 1시간에 9천원 정도의 가격대인데, 방콕에서처럼 별도로 갈아입을 옷을 주는 것이 아니라 팬티를 제외하고는 모두 벗어야 한다는 점이 당황스럽다. 얇은 바틱천으로만 몸을 가린 채 발, , 등 순서로 오일을 발라 문질러대는데, 방콕 맛사지가 꺾고, 제끼고, 꾹꾹 눌러대는 남성적인 스타일이라면 발리 맛사지는 끊임없이 반복해서 위아래로 쓰다듬어 주는 여성적인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다.  

 

점심때가 되어 나름 유명하다는 마데스 와룽에 가서 나시고랭과 나시짬뿌르를 주문했다. 한국의 볶음밥과 비슷한 모양과 맛이어서 그런지 현지식을 먹는 다는 느낌은 그리 들지 않는다. 일행 모두 저질체력인지라, 배부르고 긴장이 풀리니 급작스럽게 피로가 몰려온다. 그래도 이왕 나왔으니 외국에 가면 가장 많이 가는 곳, 슈퍼마켓!! 마타하리 슈퍼에 가서 현지물가를 체크해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가 그러하듯, 과일과 해산물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지만, 와인이나 다른 주류는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지 몰라도 한국보다 3-4배는 비싸다. 게다가,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15%의 세금을 추가로 받기때문에 대충 싸다 생각하고 돈 썼다가는 지갑이 거덜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기념품을 파는 코너가 따로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겨울인데, 대나무가방이나 금새 천덕꾸러기로 변해버릴 장식품을 사야 할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마데스 와룽. 해산물 나시고랭. 굴소스를 넣은 건가.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입에 딱 맞는다.

약속시간보다 빨리 픽업장소에 도착해서 맨바닥에 주저앉아 기다리는데, 저녁 6시면 해가 지는 발리, 벌써부터 주위가 어둑해진다. 호텔에 도착해서 끈적한 땀을 씻어내고, 한숨 돌리고 난 뒤 산보겸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온 매장안에 시끄러운 메탈음악이 울려퍼진다. 아르바이트하는 청년과 그의 친구들이 입구에 모여 앉아 시시덕거리고 있다. 주변 길가에는 다리가 길고, 바짝 마른 개들이 어슬렁거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덩치는 도사견만하면서 어찌나 소심한지 저만치 떨어져서는 옆눈으로 쳐다보면서 다른 쪽을 향해 짖어댄다. 나를 보고 짖는 것인지, 깨알처럼 흐트러져 뿌려진 별들을 보면서 그러는 것인지.

 

호텔에서 사용하는 무선인터넷은 1시간에 2500원정도인데, 속도는 간신히 이메일을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이곳에 오니 전혀 불가능하거나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긴다. 뭐. 발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