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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모리미 토미히코

by iamlitmus 2008. 10. 16.

이 책은 대학의 낭만을 맘껏 즐기고자 하는 순진무구한 여대생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군내가 풀풀 나는 선배의 고군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메인테마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을 수없이 반복하고, 별의별 봉변을 감수한 끝에 그녀의 관심을 얻게 된다는 그저그런 연애스토리가 아닌,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기인들과 그와 관련된 동화적 에피소드, 그리고 재기발랄한 대사치기에 있다. 

전체적 분위기는 몽환적 환타지다. 고리대금업자 이백이 타고 다니는 3층전차는 고양이버스를 연상시키고, 책 한권을 얻기 위해 헌책방 지하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경연, 감기의 신이 교토시 전체를 휩쓸어 버리는 바람에 크리스마스마저 얼어붙는다는 설정, 대학축제에서 벌어지는 웃지못할 추격전과 연극제등은 아주 잠깐동안만 주인공들을 등장시키면서도 허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쿠다 히데오(면장선거/남쪽으로 튀어->이 작품은 정말 재밌다.)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 즉 가볍지만 허술하지 않은 플롯으로 이루어져있는데다 장면 곳곳에서 벌어지는 엉뚱한 사건들로 인해 유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후반으로 갈 수록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어 뒷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