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졌으니 책 읽어주는 직업은 어떨까.라는 친구의 제안에 신문광고를 낸 마리는 다양한 인물들로부터 책을 읽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하반신 불수인 탓에 자유롭지 못한 육체대신 보들레르적 감수성을 지닌 소년, 계급적 사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퇴락한 백작부인, 그녀에게 욕정만을 느끼는 사업가, 바쁜 사업가 엄마를 가진 엉뚱한 소녀, 변태 노법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과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되지만 마리는 책을 읽어주는 자신에게 나름대로의 직업논리와 자부심을 갖고자 안간힘을 쓴다.
각각의 대상을 향해 읽는 텍스트들은 마리의 목소리를 통해 강한 자극으로 전해지고,이에 따른 예상치못한 상황들은 마리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독자들에게는 다양한 작품을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화려하면서도 군더더기없는 함축적인 문장과 적절한 인용구들은 프랑스 문학에서만 접할 수 있는 사치스런 언어의 향연을 펼쳐 보이고, 분명 심각한 상황인데도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블랙유머 또한 이 책이 갖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 입술을 움직여 말할 때 이보다 더 아름다운 언어가 있을까 싶은 문장들로 가득찬 책이다. 이는 불문번역의 최고봉인 김화영의 몫도 한부분을 차지하며, 미셀 투르니에에 이은 멋진 콤비가 만들어낸 걸작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