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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254

너나 잘해 언니는 성격을 바꿔야돼. 운동을 해보는 건 어때. 격투기나 검도같은거. 일단 한번 해보면 달라진다구. 왜 해보지도 않고 그런 소리부터 해. 언니는 스스로를 믿는 맘조차도 없어. 언젠가라는 말 좀 쓰지마. 언니만 힘든 거 아니잖아. 그런 말 하는 건 안 힘들어? 다른 사람도 다 똑같아. 뭐라구? 회사 그만 둘거라구? 참나.. 그런 말하면 회사에서 언니 붙잡을 것 같지? 언니 없으면 당장 올스톱 될 거 같지? 언니. 내가 회사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구하려고 돌아다니는데, 나이가 딱 걸리더라. 레스토랑이나 호프집같은데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 장난아냐. 내가 4월 중순에 사표를 냈는데, 팀장이 5월달 되서야 수리해준거 알아? 다들 내가 팀장이랑 스캔들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미치겠다니까. 부장님이 전화와서는 그만 두.. 2007. 3. 26.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대표적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위풍당당한 관세청 건물의 로얄층에 위치한 그곳에서 결혼 상담을 받는 기분은 묘했다. 40대 초반정도의 단아한 기품을 가진 웨딩플레너는 침착하게 내 프로필을 적어 나갔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타입의 남성을 원하세요? 이렇게 직선적으로 물어봐 주시면, 나 또한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현명한 사람이요. 그녀는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들리지 않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명하다는 의미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거든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를 타이르듯, 조용한 목소리였다. 당황한 김에 생각나는대로, 주저리주저리 읊어댈수록, 그녀의 얼굴은 점차 굳어져갔다. /제가 보기엔, 배우자가 아니라 친구를 원하시는 것 같은.. 2007. 3. 26.
그녀의 결혼식 늦깎이 신부인 M은 결연한 기운을 내뿜으며, 그렇게 신부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긴장과 피로로 잔뜩 굳어진 그녀에게 너무 예쁘다라고 말할 겨를도 없이 결혼식은 진행되었다. 미리 식장에 자리잡고 있던 S의 얼굴이 보였다. 앉자마자 곧바로 양가 어머니의 촛불 점화가 시작되었고, 여느 결혼식과 다름없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S가 소근거리며 내 옆자리에 앉은 J를 소개시켜주는데, 낯선 얼굴이다. 그녀는 나를 기억한다는데,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미안해. 여자는 기억을 잘 못하거든. 깐깐한 성격을 말해주듯 바짝 마른 몸집의 J는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오히려 S가 당황하며, 우리가 전에 어디서 만났고, 어떤 일을 했었는지 주석을 달아 주는데도 끈질기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순간, 기억 저편 아스라히.. 2007. 3. 26.
꽃보다 아름다워 얼마전부터 엄마는 눈이 침침하다고 했다. 자주 충혈도 되고, 눈물이 난다고도 했다. 수영장물때문이 아닐까. 안약 넣었어? 라고 물으면서도 엄마 눈을 쳐다보지도 않고 TV만 바라봤었다. 며칠뒤, 엄마는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안경을 맞춰야겠다고 했다. 나는 이왕이면 좋은 걸로 맞추라고 말하면서, 내가 사주겠다고, 떵떵대는 것은 빼먹지 않았다. 다음날, 엄마는 길거리에서 파는 3천원짜리 돋보기 안경을 사들고 와서는 잘 보인다고, 아주 잘 보인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셨다. 나는 엄마는 왜그래. 내가 사준다고 했잖아.라고 말하고는 3초정도 속상해하다가 그 뒤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동네 안과에 다녀오신 엄마는 혈압 때문에 시력이 나빠진거라는 의사의 진단결과를 받아 들고서 당혹스러워 했다. 꼬박꼬박 혈압약을 먹고, ..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