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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254

강남예찬 콜라반, 소주반을 섞어 마신 덕에 기분좋은 취기가 올랐다. 올라탄 택시 뒷자석에 몸을 던지니 그제서야 나른한 피곤함이 몰려들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는 한낮의 폭염과는 전혀 무관한것처럼 시침을 뚝 뗀 선뜻한 강바람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날씨가 좋죠? 모든 대화는 날씨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기사 아저씨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강북에서 사세요? 강북 살기 힘들지 않아요? /그렇죠.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뭐..강남도 마찬가지지만 강북하고는 좀 다르죠. 한번 강남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이사갔다가도 다시 돌아올수 밖에 없어요. 강남이 뭐든지 비쌀거 같죠? 안그래요. 우리같은 평민들은 엄두도 못 낼 물건들도 얼마든지 싸게 살수 있거든요.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었지만 .. 2007. 3. 26.
손님 /4형제중의 막내라더라. 34살이래. 개띠가 너랑 맞나? 자기 집도 사놓았댄다. 실로 간만에 들어온 선자리였기에 엄마의 목소리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이 때가 중요하다. 내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며칠동안의 집안분위기가 결정된다. 잠자코 있는 내가 답답했는지 엄마는 한층 더 열정어린 목소리로 덧붙이셨다. /디자이너래. 의상 디자이너. 낮에는 회사 다니고, 저녁엔 명동에 있는 자기 매장을 운영한대. 한번 만나볼래? 이번주로 잡을까? 계속되는 내 침묵에 엄마의 표정과 목소리는 넋두리&협박모드로 전환된다. /남들은 연애질도 잘하더만, 넌 도대체 그동안 뭐했어? 내가 부끄러워서 누구한테 말도 못해. 하옇튼 이번해 안에는 꼭 결혼할수 있게 해. 다음날, 내게 쥐어진 사진속의 그는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2007. 3. 26.
믿습니다 주말의 종로는 반미집회가 낳은 교통체증으로 인해 어깨를 부딪히지 않으면 지나 다닐수 없는 지경이었다. 약속장소를 향해 뛰듯 걷는 내게 그들의 흥겨운(모두들 웃고, 사진찍고, 덩실댔다.)움직임은 약간 성가시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큰일났어요.지금. 누군가 내 팔을 붙잡았다. 뒤돌아보니 비쩍 마른 몸에 간신히 올려져 있는듯한 우울한 얼굴이 서있었다. 아무 말도 않는 내게 다시 한번 그녀는 말했다. /당신, 지금 큰일났어요. 아주 안좋아요. 아..당신들이군. 그들의 선정기준이 어떤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을때는 하루 걸러 붙잡혔던 나로서는 척보면 압니다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맞아요. 큰일났어요. 나 늦었다구요. 그들을 다루는 방법은 2가지다. 아예 무시하거나, 아니면 맞짱뜨거나. 엄마가 아시는 분중에 아들.. 2007. 3. 26.
엄마엄마 내 앞엔 수북히 담긴 밥이 놓여졌다. 건너편의 엄마그릇엔 무생채와 고추장을 버무린 비빔밥이 한창이다. 한숟갈 권하는 엄마의 눈짓에 가볍게 도리질친다. 눈 뜬지 한시간정도는 지나야 제대로 된 생체리듬이 되살아나는 탓에 내 얼굴은 잔뜩 굳어진 채다. 결국 밥그릇에 물을 부은뒤 후루룩 들이마시고 만다. 이렇게라도 먹어두지 않으면 늦은 오후즈음 어질함을 느껴야 한다. 이상하게 학교식당밥은 일주일만 먹으면 물린다. 빵은 씹자마자 소화되어 버리기때문에 먹는 수고로움을 허사로 만든다. /부침개 데워놨다. 가져가. /뜨겁잖아. 됐어. /일부러 너 먹으라고 한거야. 아빠도 안주고. 아빠의 원망스런 눈초리가 떠오른다. 엄마는 아침방송에서 본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듯한데 몸과 마음이 분주한 나로서는 한귀로 흘려 들을뿐..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