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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251

에세이 만드는 법-이연실 어렸을 적부터 무언가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 인터넷도 없던 협소한 세계에서 책은 저렴한 해방구가 되어 주었다. 돈도 안되는데 쓸데없이 책만 산다고 구박을 받으면서도 차곡차곡 쌓아 놓는 희열감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그 꿈은 여전하다. 기획자라는 직업은 작가와 비슷했다. 목표를 정한 뒤 요건을 확인한 후 일정을 맞춰 계획을 세운다. 목차를 두고 각 화면마다 상세화시켜 흐름에 맞게 연결한다. 최종 산출물이 나오면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는 팔불출이 된다. '잡문'이라고 불리우는 장르지만 가장 치열한 분야인 에세이를 출판시장에 내보내기 위해 수많은 고충을 겪어온 14년차 베테랑 편집자가 쓴 책이다. 보통 편집자는 작가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교정을 하는 직업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2021. 12. 23.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굉장히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다. 어린 동구의 이야기였는데, 스토리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막판에 끅.끅 거릴 정도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후 심윤경 작가의 책이 나올 때마다 무조건 읽었었는데, 마찬가지로 스토리는 기억에 없다. 최근 '이설'이라는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데뷔작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참혹하다. 금쪽같은 외동 아들을 여우같은 며느리에게 빼앗긴 시어머지의 패악질과 그 사이에서 중재는 커녕 엄마를 두들겨패는 아버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만 같은 엄마를 가진 동구. 그리고, 이런 가족을 이어주던 여동생 영주의 이야기다. 어둡기만 한 유년시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빼앗긴 동구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나 참혹하고 막막하다. 작가의 문체는 굉장.. 2021. 12. 16.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 - 우스이 유키(2020) 주중에는 억지로 일터로 끌려다니고, 주말에는 식빵에 바르는 잼처럼 침대에 붙어 버린다. 프로젝트를 하지 않을 때에는 넘치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는데 하루의 대부분을 써버린다. 점점 낮밤은 바뀌고 하루가 12시간으로 줄어든 것 처럼 느껴진다. 코로나 시국에 무더위까지 겹쳐지니 여행은 커녕, 누군가를 만나서도 안되는 상황이다. 하수구에 휩쓸려가는 쌀알을 보는 것 처럼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트랜드라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여긴 적이 있는가? 있다. 저자는 이를 '구두쇠적' 시간 사용법이라 칭한다. 행위 자체에 만족하고 있을 뿐, 목적에 대한 결과가 나지 않는 방법이다. 겉치레에.. 2021. 7. 13.
기사단장 죽이기 과거 작품에서 음악, 마라톤, 여행, 요리 등에 관심이 많았던 하루키는 이번 책에서는 오페라와 클래식, 회화에 관심을 두고 이를 소재로 했다. 꽤 오랜시간 동안 자료를 준비하고 스토리의 시놉시스를 수정하고, 인물들의 색깔을 정하는데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다.작가는 입체적이고 중의적인 인물들을 순차적으로 등장시켜 일렬로 묶어놓은 뒤 하나씩 잡아당겨 이렇게 돌려세우고 저렇게 밀어넣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하루키의 작품 중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굉장히 호흡이 빨라지고 세밀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어 한 호흡도 놓칠 수 없는 긴박감과 함께 서늘한 공포마저 들게 한다. (기사단장을 죽이고 긴얼굴이 나타나는 장면은 정말이지 최고다.)약간 실망스러웠던 점은 이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2권에서 끝날 이야기가 아닌.. 2017.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