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발견254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굉장히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다. 어린 동구의 이야기였는데, 스토리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막판에 끅.끅 거릴 정도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후 심윤경 작가의 책이 나올 때마다 무조건 읽었었는데, 마찬가지로 스토리는 기억에 없다. 최근 '이설'이라는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데뷔작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참혹하다. 금쪽같은 외동 아들을 여우같은 며느리에게 빼앗긴 시어머지의 패악질과 그 사이에서 중재는 커녕 엄마를 두들겨패는 아버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만 같은 엄마를 가진 동구. 그리고, 이런 가족을 이어주던 여동생 영주의 이야기다. 어둡기만 한 유년시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빼앗긴 동구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나 참혹하고 막막하다. 작가의 문체는 굉장.. 2021. 12. 16.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 - 우스이 유키(2020) 주중에는 억지로 일터로 끌려다니고, 주말에는 식빵에 바르는 잼처럼 침대에 붙어 버린다. 프로젝트를 하지 않을 때에는 넘치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는데 하루의 대부분을 써버린다. 점점 낮밤은 바뀌고 하루가 12시간으로 줄어든 것 처럼 느껴진다. 코로나 시국에 무더위까지 겹쳐지니 여행은 커녕, 누군가를 만나서도 안되는 상황이다. 하수구에 휩쓸려가는 쌀알을 보는 것 처럼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트랜드라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여긴 적이 있는가? 있다. 저자는 이를 '구두쇠적' 시간 사용법이라 칭한다. 행위 자체에 만족하고 있을 뿐, 목적에 대한 결과가 나지 않는 방법이다. 겉치레에.. 2021. 7. 13. 기사단장 죽이기 과거 작품에서 음악, 마라톤, 여행, 요리 등에 관심이 많았던 하루키는 이번 책에서는 오페라와 클래식, 회화에 관심을 두고 이를 소재로 했다. 꽤 오랜시간 동안 자료를 준비하고 스토리의 시놉시스를 수정하고, 인물들의 색깔을 정하는데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다.작가는 입체적이고 중의적인 인물들을 순차적으로 등장시켜 일렬로 묶어놓은 뒤 하나씩 잡아당겨 이렇게 돌려세우고 저렇게 밀어넣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하루키의 작품 중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굉장히 호흡이 빨라지고 세밀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어 한 호흡도 놓칠 수 없는 긴박감과 함께 서늘한 공포마저 들게 한다. (기사단장을 죽이고 긴얼굴이 나타나는 장면은 정말이지 최고다.)약간 실망스러웠던 점은 이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2권에서 끝날 이야기가 아닌.. 2017. 8. 8. 소각의 여왕 - 이유 우연히 집어들었다가 단숨에 읽어버린 책. 고물상 주인인 아버지와 유품정리사 딸의 척박하고 어두운 이야기. 박복한데다 귀까지 얇은 아버지는 죽는 순간까지 자기만의 세계에서 헤메인다. 하나같이 정상적인 인간이라고는 없는 환경에서 나름 살아보려 발버둥치는 딸의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서글프다. 궁지에 몰린 군상들의 온갖 추악한 민낯을 마주하는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변함이 없지만, 그 내면에는 더이상 상처를 들여다볼 힘조차 없는 연약한 어린아이가 웅크리고 있다. 비극으로 치닫는 결론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그래서 더더욱 힘이 빠지는 이야기. 결론. 사람은 정말 환경이 중요하다. 아무리 말려도 말 안듣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정에 이끌리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 짧지만 끈질긴 작가의 호흡이 뛰어나다. 2016. 9. 5.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