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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246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로맹 가리] 프랑스문학의 거장들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 프랑스 문학은 그 나라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함축적이고 난해한 주제들을 주로 한다. 철학적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삶의 뒤안길에 잠시 멈춰서서 무한한 생각에 잠기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 우리가 집착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부질없음을, 모든 것은 무한함을 중얼거림처럼 들려준다. 그러나 좁은 틈새마다 배어나오는 유머감각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욕잘하는 처녀와 예측 불가능한 남자와의 사랑이야기는 너무나도 유쾌하다.조롱하는 것이 아닌, 가벼운 왈츠같은 느낌이다. 자신의 몸에 거미가 들어온다는말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고 오히려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한 여자의 이야기는 기발한 반전으로 끝을 맺는다. (결론은..말하지 않겠다.) 전체적으로 읽기 어려운 책임에는 분명하.. 2007. 3. 26.
중국에서 온 편지[장정일] 진시황제의 장자인 부소의 입을 빌려 평소에는 가늠키 어려웠던 중국역사의 한 부분을 서술했다. 사마천의 '사기'에 적혀있는 부소에 대한 언급은 딱 두군데 뿐이다. 유생들을 탄압하는 진시황제에게 상소를 올렸다가 머나먼 변방으로 유배를 떠나는 부분과 진시황의 죽음후 왕위를 노린 세력이 보낸 거짓 편지로 인해 자결하는 부분. 역사적 실존 인물들인 여불위, 환관 조고, 승상 이사, 몽염장군들을 등장시켜 짧고 재밌는 일화처럼 서술한 탓에 쉽게 읽혀지는 반면 분위기에 맞지 않는 작가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어투와 재밌지 않은 유머로 인해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소재와는 달리 역사를 다루는 저자들은 좀더 진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처럼 원형을 부수지 않고 작가.. 2007. 3. 26.
헤르만 헤세의 인도여행[헤르만 헤세] 1911년, 서른 네 살 나이의 헤세 인도 여행기다. 인도는 그의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선교사로 포교활동을 했던 곳이며 어머니가 태어나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익숙지 않은 기호, 형편없는 식사, 열악한 위생 상태, 건강, 그리고 예상밖의 비싼 물가 등으로 3개월만에 돌아오게 된다. 헤세는 이 여행을 통해 동경의 대상이었던 동양에 적잖이 실망하는 한편, 동양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우선 1부는 헤세의 인도여행 스케치로 채워져 있고 2부는 여행후의 기록들, 그리고 인도에 관한 헤세의 생각과 평론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2부의 여행일지는 일기형식으로 씌어져 있는데 아침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시간대별로 굉장히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물론, 1부의 인상적인 부분에 대한 서술도 놀랍지만, 헤세.. 2007. 3. 26.
무라카미 라디오[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잡지 'anan'에 연재한 짧은 글들을 모은 에세이집. 무라카미답게 가볍고 기발한 유머가 엿보인다. 어떻게 보면 무라카미처럼 산다면 참으로 편하다 싶기도 하다. 어떤 일을 앞에 두고도 아..그렇군..그랬던 거였군..하고 무심히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일테니..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파악을 하고 있는 몇 안되는 작가 중의 하나이다. (솔직히,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작가들, 특히 여류문학가들은 실제 자신들에 비해 지나친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작가가 되었고 그 이유로 문학계의 정크푸드라고 혹평을 받아도 아..그럴 수도 있는거지..뭘 그리 심각하게..긁적긁적..말도 안되는 말을 써놓고도 내가 왜 이럴까..스스로 어리둥절해 하기도 하고.. 딱히 한국..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