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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252

진술[하일지] 화자는 단 한명, 국립대 철학교수인 주인공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진술로만 이루어져 있다. 10년전, 제자와 결혼한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여행을 왔다가 경찰에 의해 끌려오게 된다. 처남의 살해혐의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들은 그는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지만, 조목조목 논리를 따져가며 얼토당토않은 오해를 풀고자 내키지 않는 진술을 하게된다. 그의 전처와의 관계, 외국유학 시절의 고달픔,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는지에 대해서까지.. 독자들은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떻게 주인공이 이런 혐의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질 것이다. 그러나 점점 진도가 나아갈수록 이 주인공의 진술이 어딘가 모른게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같은 이야기를 쉴새없이 반복하며 다른사람과는 다른.. 2007. 3. 26.
우스운자의 꿈[도스토예프스키] '백야'와 '우스운자의 꿈'을 묶은 소설집.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계속 같은 줄을 읽거나 딴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열린책들에서 나온 하드보드 정장본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단지 출판사와 활자크기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혼돈스러웠다. '백야'는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는 연인을 갈망하는 주인공이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은 한 여인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고통을 위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점점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주인공. 그녀도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남은 것은 행복뿐인 것만 같던 순간, 갑자기 그녀를 버렸던 옛애인이 나타나 그녀와 사라지고 만다. 그는 황망히 서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를 증오하기보다는 단 1분간이라도 행복감을 느끼게 .. 2007. 3. 26.
까라마조프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하일지 교수 왈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다 읽으면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아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무던히도 귀가 얇은 나로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읽기만 해도 작가가 될 수 있다니.. 그의 말을 빌자면, 많은 책을 읽어본 후에야(특히, 세계 명작 고전) 다른 작품의 좋고 나쁨을 깨달을 수 있으며 평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우선, 처음엔 '죄와벌'로 워밍업을 했다. 익숙치않은 세로줄을 훑어나가는 것은 고행 그 자체였다. 내용또한 이해하기 힘겨웠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열하는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끝까지 읽는 것만이 주가 되었다. 열린책들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집이 나왔다. 총 24개의 작품으로 상,중,하로 나뉘어진 것을 합한다면 약 30여권이다.내가 좋아하는 하드커버와 .. 2007. 3. 26.
슬픈 시간의 기억[김원일] 오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매맞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술만 마시면 폭행을 일삼는 아들, 큰아들의 부도로 말미암아 막내아들 집에 2년째 얹혀사는 노모를 구박하는 며느리, 자식에게 재산을 몽땅 빼앗긴 뒤 폐허같은 변두리 집에 버려진 노부부. 노인박해방지단체에서 말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란 죽을 때까지 재산을 넘겨주지 말것. 이책의 내용또한 자식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소외된 노인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젊은 날의 치욕적인 상처를 외모의 꾸밈으로 상쇄하려다 끝내 자신의 정체성마저 잊어 버리는 '나는 누구인가', 적자 생존의 탐욕과 물욕으로 점철된 추악한 과거를 반성 없는 이기심으로 위장한 '나는 나를 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성결한 여인이 임종의 자복을 통해 죄 ..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