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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3주차 - 낙산공원 일을 하지 않을 때는 건강한 집밥을 먹기 시작하면 점점 살이 빠져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지내다보니 난생 처음 보는 몸무게를 갱신중이다. 본격적인 등산은 부담스럽고 동산 수준 정도인 혜화동 낙산에 가기로 했다. 호기롭게 길을 나섰으나 때마침 도심시위가 한창인 관계로 돌고돌아 혜화동 즈음에 내려 숨은 맛집이라는 혜화동버거에 갔다. 테이블 4-5개 정도인 작은 가게였지만, 가득찬 손님들의 대화소리와 음악소리로 인해 소란스럽다. (하필이면, 스피커 바로 앞에 앉음). 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는데, 이 집 튀김스킬이 뛰어나다. 야채와 소스와 어우러진 패티의 맛도 훌륭한 편. 이화동 골목을 거닐었다. 아주 오래전 살던 동네였었는데, 이렇게 변했네. 손을 꼽다보니 벌써 30년도 이전의 기억이 .. 2021. 11. 19.
백수 2주차-용산공원 백수가 되면,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냥 일하는 시간이 없어졌을 뿐이다. 따박따박 찍히는 월급이 없어지기 때문에 불안감은 덤으로 따라온다. 나같은 경우 최소 2개월은 쉬겠다 결심을 했고, 번아웃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처음 일주일동안은 일절 연락을 끊고, 하루종일 잠만 잤다. 단, 일기에 적을 수 있는 한가지는 무조건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책이나 영화를 봐도 좋고, 맛집이나 산책을 하는 것도 포함한다. 백수는 낮밤이 바뀌기 쉬운데, 가능하면 아침 일찍은 아니더라도 규칙적으로 일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얼른 침대 정리하고, 세수하고, 썬크림까지 발라두면 언제든지 외출할 수 있는 준비완료) 어어. 하다가 12시가 되고, 오후가 되고, 저녁이 되기 쉽다. 넷플릭.. 2021. 11. 12.
백수의 특권 어제는 비도 오고 해서 술을 마시고 싶었다. (비가 안와도 마시고 싶지만, 맥주나 와인은 술이라고 하기에는..) 매화수 1병을 비우고 나니 뭔가 취기가 부족했다. 소주 2잔을 더하고 나니 잠들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다. 요즘은 잠들때마다 '동물농장' 오디오북(밀리의 서재)을 듣고 있는데, 너무 잠이 잘와서 스토리가 끝이 나지 않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니나 다를까 몸이 천근만근이다. 왜 나는 자제력이 없는걸까. 자책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출근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돌.아.눕.는.다. 한숨 더 자고 일어나니 날씨가 개었는지 환하다. 간만에 베키를 타고 나갈까 하다가 창문을 열어보고는 찬바람에 깜짝 놀라 쉽게 포기한다. 방마다 환기 시키고, 라디오를 켜고, 청소기를 돌린다. 고구마.. 2021. 11. 10.
나를 안다는 것 난 내가 무척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줄 알았다. 활자중독증으로 엮은 나만의 단어장이 꽤나 두툼해서 아무하고도 매끄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었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천직인 것 같아 몇 개월마다 바뀌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일주일 정도면 1년 넘게 알던 사람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알았다. 난 내가 할말은 다 하고 사는 똑순이인 줄 알았다. 부당한 상황을 절대 참지 못하고 잔다르크처럼 선봉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 행동으로 인해 나비효과처럼 뭔가 좋은 쪽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힘들더라도 너밖에 없다. 역시 너구나.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혼자 .. 2021.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