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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야샤르 케말 터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야샤르 케말은 그릇된 전통과 악습에 의해 고통받는 여성, 가난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재창조해내는 작가이다. 이 책에 실린 두편의 단편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납치혼과 명예살인이라는 비이성적이고 잔인하기 그지 없는 악습에 의해 한 여인과 그 아들이 겪는 고통, 그리고 비극적인 종말에 관한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에스메는 그녀에게 반한 할릴에게 납치를 당해 결혼을 한 뒤 하산을 낳고나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고 있던 중 예전 애인에 의해 남편이 살해당하고 만다. 시댁쪽 사람들을 비롯한 온 마을 사람들은 에스메의 아들인 하산이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피로서 갚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세뇌를 강요한다. 명예라는 이.. 2007. 3. 26.
플라이트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 배우: 조디 포스터, 말렌 로스턴(딸 역할) 눈내리는 어두운 밤, 푸드득 날아가는 까마귀떼, 건너편 창가에 서 있는 낯선 외국인 남자들. 영화는 수많은 암시를 마구 던져대며 시작한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조디 포스터는 추락사한 남편의 시체를 뉴욕으로 옮기기 위해 7살난 딸과 함께 그녀가 직접 엔진을 설계한 비행기에 탑승한다. 그녀가 비행기의 구조를 잘 알고 있다는 중요한 전제하에 전개되는 이 영화는 철저한 두뇌플레이를 기반으로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멀쩡한 사람을 얼마나 쉽게 미친년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관객마저도 헷갈리게 하는 고도의 심리 플레이는 긴장의 끈을 놓칠수 없게 한다. 모든 이가 범인인양 행동하는 눈빛과 행동들 또한 이 영화를 흥미롭게 하는 요소.. 2007. 3. 26.
일요일들 '퍼레이드' 이후로 잠시 주춤했던 그의 재능이 다시금 빛을 발하는 단편집이다. 일요일을 둘러싸고 움직이는 다양한 인물들을 바라보는 세심한 시선과 함께 교묘하게 각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에 이르기까지 탄탄하면서도 정교한 구성이 돋보인다. (앞서 읽었던 '7월24일'은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심리적 치밀함이 놀랍기는 하지만, 왠지 헐거운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5가지 에피소드의 중심은 관계성이다. 부모, 연인 혹은 타인과의 관계를 그려나가면서 서술되는 심리묘사는 폐쇄적이고 일방향성인 에쿠니 가오리의 관계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다. 현실에 적응하지는 못하지만 스스로 원인을 찾아내는 능동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일본 작가들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2007. 3. 2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전집(1-5)>더글라스 애덤스 1978년 6부작 라디오 드라마 시리즈로 시작된 히치하이커는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TV드라마, 연극, 음반, 컴퓨터게임 심지어 타올(이 시리즈에서 타올은 굉장히 중요한 소품 중 하나이다.)에 이르는 버전으로 확장되었고, 2001년 작가가 사망하기까지 총 5권에 이르는 방대한 시리즈를 일궈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버전은 이 중 1권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원작 못지 않은 개성을 갖추고 있다.(비록 단1개의 개봉관에서 상영하는 수모를 겪었을지라도) 작가의 머릿속에 웅크리고 있던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기존의 틀을 무시한 채 허락된 방종과 발칙함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어떤 시리즈를 읽어도 무관할 만큼 스토리의 연관성은 그리 높지 않으며, 중간중간에 끼워져 있는 뜬금없는 헛소리(작가는 심각하게 읽지 말라는 친절함..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