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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한국 문학계의 새로운 기대주(세상에..80년생이다.)로 떠오른 김애란의 단편집. 그녀의 문체는 무척이나 예민하고, 구체적이며, 단순명료하다. 표현력 또한 뛰어나 그녀의 건조하고도 솔직한 취향을 드러낸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에서 공부 잘한다고 소문난 전교1등처럼 자신만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너머의 무엇도 인지하지 못한 채 작가 스스로에 대해 감탄하고 있는 얕음이 느껴진다. 읽는 이를 의식한 글은 감동을 주기 어렵다. 작가는 모범적인 글쓰기 골격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꾸며낸 감정을 덕지덕지 바른다고 해서 저절로 형태가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달려라 아비'같은 경우 짧지만, 효과적인 강약조절, 그리고 매끄러운 결말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그 외의 단편들은 두꺼운 화장을 하고서 돌.. 2007. 3. 26.
<도쿄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작위적인 냄새가 나는 상황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차고 넘치는 일들이겠지만, 평범한 일상에서는 기이하다 못해 오싹함이 느껴지는 그런 우연들. 이 책은 작가가 겪은 기막힌 우연에 관한 에피소드로 시작되지만, 여러 단편들을 거치는 동안, 하루키 특유의 환타지 코드로 전환된다. (예전 그의 작품에 익숙한 이라면, 원숭이가 말을 하고 이름을 훔치러 다닌다는 이야기는 이상할 것도 없다.) 일단, 책을 잡기 시작하면 후루룩 읽히는 점에서는 기존 그의 작품들과 다를바 없지만, 아무리 가볍고 짧은 글이라도 보이지 않게 무게중심을 잡아주던 긴장감의 부재와 군데군데 박혀 있던 위트의 빛이 바래버린 느낌이 들어, 괜시리 입맛만 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출퇴근시 틈틈히 읽기에 적당하다. 2007. 3. 26.
크래쉬 감독: 폴 헤기스 배우: 산드라 블록, 돈 치들, 맷 딜런, 탠디 뉴튼 '브로큰백 마운틴'을 버린 아카데미도 이젠 한 물 갔다는 평을 듣게 한 영화.(거만한 것들 같으니라구) 기회의 땅이자 유색인종의 천국이라 불리우는 그 대단한 미국이 지닌, 절대적 인종차별에 대한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영화이다. '밀리언달러 베이비' 감독이었던 폴 헤기스가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지금도 미국 어디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에피소드들을 36시간이라는 시간적 연결고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정지된 듯 천천히 움직이는 각각의 인생들은 저마다의 확신을 가진 채로 타인과 충돌하게 되고 이런 'Crash'를 통해 새로운 현재에 던져지게 된다. 원치않는 오해와 자신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벽앞에서 그들은 멈칫거리고.. 2007. 3. 26.
음란서생 감독: 김대우 배우: 한석규, 이범수, 김민정 이 영화의 장르는 '코메디'다. 시작에서부터 끝날때까지 이 정신을 놓지 않는 덕분에 관객 모두는 맘껏 웃어제낄 수 있다. 또한, 연기라면 닳고 닳은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단 한컷의 어색함도 없이 가뿐하게 극장을 떠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한석규는 이 영화로 인해 그 동안의 슬럼프를 벗어나, 한국의 대표적 배우라는 타이틀을 새로이 거머쥘 듯 하다. 이범수 또한 천연덕스러움과 진지함을 정확하게 조절하는 능수능란함을 보여준다. 김민정은 눈알이 너무 튀어나와 마치 어항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지만, 왕의 남자의 강성연에 비해 귀여움과 요염함을 동시에 갖춘 여배우라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셋트와 의상, 기발한 발상에서 비롯된 CG효과, 절대악이 없는 인..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