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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남자> 신이현 호두껍질처럼 주름진 얼굴의 노모, 시어머니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나가는 형수는 동굴같은 방에서 하루종일 박쥐색 우산살을 끼우며 죽.지.못.해 살아 가고 있다. 그나마 낙이라면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나훈아의 간드러진 목소리 정도. 주인공은 이런 현실을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받아 들이지도 않은 엉거주춤 인생모드를 갖춘 백수건달이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낙은 동창생 윤희가 일하는 '당나귀'에 들러 달콤한 팝콘에 생맥주를 들이키는 것이다. 어린시절 윤희는 자신을 토닥이며 재워주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여자로 바뀌어 그에게 '남창'이라는 직업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불쌍하게 생긴 외모가 어쩌면 여성들에게 모성애를 불러 일으킬 지 모른다는 조언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결국, 그는 역전에서 .. 2007. 3. 26.
<동경만경> 요시다 슈이치 부두하역 노동자와 전형적인 오피스걸과의 사랑. 우리나라에서 흔히 등장하는 재벌과 평범한 여자와의 사랑처럼 이들의 관계 또한 극명한(지나친 감이 없진 않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으니.) 신분차이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첫사랑에 대한 상처로 인해 새로운 관계를 위한 시작을 두려워 한다는 것. 해서, 육체적인 것을 우선으로 하고, 보다 중요한(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것또한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보면) 정신적 교감은 맘속 깊이 감춰둔채 끊임없는 오해와 어긋남을 반복한다는, 전형적인 드라마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이 작품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절찬리에(김용하가 반짝 출연했다 한다.)방영되었다. 요시다 슈이치의 이전 작품들(파크라이프, 퍼레이드)에 비해, 비교적 현실적인 인.. 2007. 3. 26.
<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총 5부로 나뉘어진 조지 오웰의 산문집. 1부: 오웰이 식민지 경찰로 근무할 당시의 사건에 관한 글 두편이 실려있다. 사실적이고 세밀한 묘사가 뛰어난 '교수형'과 '코끼리를 쏘다'는 제국주의를 휘두르는 자, 휘둘리는 자 모두 노예화가 되버리는 참혹함을 그려내고 있다. 어두운 주제와는 달리 정제된 언어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인상적인 구절: '한 정신이 줄어들면, 그만큼 한 세상이 좁아진다.' 2부: 오웰의 문학적/정치적 견해를 담고 있다. 오웰은 작가가 글을 쓰는 목적은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으로 나뉜다고 말하고 있다. 오웰은 자신이 처한 시대적상황으로 인해 정치적인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어느정도 수입이 보장되어야만이 괜찮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이.. 2007. 3. 26.
<지구영웅전설> 박민규 슈퍼맨, 배트맨, 로빈, 원더우먼 등 어린이들을 TV앞에 불러모았던 추억의 영웅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며 시작되는 이 소설이 전세계를 주무르는 미국을 빗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는 중반부에 이르렀을때이다. 엄마가 일하는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으려던 주인공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슈퍼맨을 만나게 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바나나맨'로 불리워지게된 주인공이 의미하는 것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노란 황인종은 미국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던 슈퍼맨에 이어, 돈으로 약소국가들을 매수하는 배트맨, 환락산업으로 대중의 눈을 가리는 원더우먼, 대량소비라는 흐름을 나타내는 아쿠아맨, 이 모든 캐릭터들은 미국의 지배전략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들이다. 억지..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