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84 <나는 결혼했다, 섹스했다. 그리고 절망했다.> 작자미상 이 책은 한 어머니가 의문의 자동차 사고를 당한 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원고를 출판한 것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딸의 결혼생활과 갈등, 그리고 또다른 선택이 되었던 출산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던(심지어, 남편조차도) 그녀의 충격적인 생활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았던 유년시절과 언제나 큰 소리로 끝을 맺었던 모녀관계, 진정한 행복이라 여겼던 결혼생활의 미세한 분열은 그녀를 전혀 다른 사람이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차게 했고, 결국,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녀의 삶을 지배한 것은 처음부터 그녀가 아니었다. 항상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맞춰가며 조용히 살고자 했던 그녀에게 새로운 충격을 가져다 준 것은 지하실에서 발견한 작자 미상의 오래된 책.. 2007. 3. 26. <서울특별시> 김종은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들치고 실망한 적이 없었기에, 낯선 이름이었지만 별다른 망설임없이 읽게 된 작품. '서울특별시'라는 장편과 '다시 한번 그 춤을'이라는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독자뿐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를 갖고 있다. 저마다의 기구한(?) 삶의 에피소드를 갖고 있는 친구 4명이서 만들어내는 황당하기까지한 이야기는 남들에게는 그저 웃기는 이야기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진지한 현실인것이다. 실현불가능하다고, 술이나 마시자. 했던 프로젝트에 자신들도 모르게 동조하게 되어 버린 이유중 가장 큰 것은 그들에게는 더이상 다른 선택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직하게 살았지만, .. 2007. 3. 26.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공기나 물처럼, 그림자 또한 가장 근원적이고 소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시작되고 있는 이 작품은 그림자라는 존재가 인간의 본질(혹은 양심) 그 자체를 나타내며, 경제적 가치와는 비할수 없이 값진 것임을 말하고 있다. 주인공은 악마로부터 무한대로 금화가 나오는 주머니를 받는 대신, 자신의 그림자를 팔게 된다. 풍족하고 안락한 생활을 얻은 댓가로 그는 항상 어둠속에서만 머무르며 숨어 지내는 고통을 겪게 된다.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는 그를 피하고, 경멸하며, 심지어는 교활한 속임수를 쓰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욕심과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가슴을 치며 슬퍼할뿐이었다. 이때, 그에게 다시 다가온 악마는 그가 영혼을 판다면, 다시 그림자를 돌려주겠.. 2007. 3. 26. <외면일기> 미셀 투르니에 80세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기뻐하는 미셀 투르니에의 일상은 조용하면서도 그윽한 향기가 배어난다. 1월부터 12월이라는 글자로 구분된 글들은 계절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의 기억과 느낌의 자잘한 흔적을 차분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사소한 감동, 주변인과의 짧은 조우들, 신과 자연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기쁨, 풍부한 문학적 지식에 걸맞는 위트와 엉뚱함, 통속적이지 않고 잘난체하지 않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언어들로 채워진 주옥같은 작품이다. 책 뒷부분에는 이 책을 번역한 김화영 교수가 미셀 투르니에를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눈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기차역에서 그를 마중나온 미셀 투르니에는 전과는 달리 다리를 절고 있었지만 친절하고 활기찬 그의 성격은 변함 없는듯 보였다. 자신의 삶에 대해 감사하는 .. 2007. 3. 26. 이전 1 ··· 478 479 480 481 482 483 484 ··· 5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