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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날다> 노엘 샤틀레 친구 S양은 농담삼아 말하고는 했었다. '나, 암수 한몸이야. 보름달이 뜨면 남자로 변신하지.' 우스개소리인 줄로만 알았던 소재가 프랑스 여류작가에 의해 한 작품으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천사, 날다'이다. 하리수양(?)처럼 완전히 성이 뒤바뀐 것이 아닌, 양쪽의 성징후가 동시에 존재하는 주인공은 남,여로 구별된 화장실 앞에서 고민해야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성에 대한 혼란된 감정, 사회로부터 내침을 당해야만 하는 고통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느끼는 것과 외부로부터 강압당하는 성의 정체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배회한다. 천사는 양성인 존재라는 사실을 빌어, 육체를 초월한 정신적인 정점에 도달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보이지 않는 날개짓은 육체라는 껍데기에서 서로 다른 두 존재가 공존해야만 했던 고통에서 해방되었.. 2007. 3. 26.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한국에서 오노 요코의 전시회가 열렸을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존 레논의 여자라는 이미지이다. 비틀즈를 해체시킨 주범으로 낙인찍힌 그녀에 대한 대중적인 칼날은 그가 피살된 뒤에도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 다녔다. 이 책은 그러한 선입관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씌어진, 오노 요코에 대한 진실이다.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난 오노는 전형적인 상류층 여성으로서 살아 갈수도 있었지만, 예술에 대한 실험정신과 뜨거운 야망을 위해 모든 것을 내팽개친 여성이다. 이 중에는 첫번째 아이와 남편을 포함한 가족제도도 포함된다. 예술그룹 '플랙서스'와의 교류를 통해 끊임없는 창작열을 불태웠던 그녀에게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풀렸던 것은 아니다. 충격적인 퍼포먼스와 무분별한 사생활은 파격적인 예술세계와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동시.. 2007. 3. 26.
<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 무라카미 류 '종신고용'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일본사회의 가장들은 가족에 대한 중압감과 함께 모래성과도 같은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비틀거리고 있다. 히키고모리인 아들, 대학입시생인 딸과 금새 울 것만 같은 얼굴을 가진 아내, 이 모두 주인공이 짊어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죽을때까지 떠안고 살아야 하는 짐인셈이다. 가족이라는 의미가 항상 긍정적인것만은 아니라는, 때로는 벗어나고 싶고, 던져버리고 싶은 거추장스러운 제도라는 것을 암시하다가도, 각자의 홀로서기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가진 가족이 만들어질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몹시 흡사한 설정이었기에 어둡고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항상 현실은 저만치 던져둔채 꿈나라 숲길을 헤메는듯한 일본소설의 전형성에서 탈피하고자한 작가의 현실성에 가치.. 2007. 3. 26.
<퍼레이드> 요시다 슈이치 잠자리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결국 끝까지 읽을 정도로 재밌는 작품. 요시다 슈이치는 데뷔한지 5년만에 굵직한 상들을 휩쓸며 새로운 대중작가로서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최근 알려진 것으로는 '파크라이프'가 있다. ('파크라이프'보다 100배 더 재밌다.) 신혼용 맨션에서 모여 사는, 5명의 인물들별로 단락이 나뉘어져, 각각의 시각으로 다른 인물들을 관찰하고 있다. 코미디작가를 방불케 할정도로 우스운 설정과 천연덕스러운 인물들의 행동은 오랜만에 소리내어 웃게 만들어주고 있다. 진정한 자신은 어디엔가 숨겨 놓고서 상대방에 맞춘 가상의 인물을 가장한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종반즈음 예상치못한 반전이 있으나 그리 큰 역할은 하.. 2007. 3. 26.